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도시이야기

창원시청사, 여론조사로 결정할 일 아니다

by 허정도 2013. 1. 16.

통합창원시의 청사 위치를 시민 여론조사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돈을 들여 시청사 위치 연구용역을 한다고 했을 때, 필요 없는 일 한다고 말이 많았는데 그 염려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창원시청사 여론조사로 결정」 어떻게 생각합니까?

창원 마산 진해의 인구 차이가 있지만 세 지역 똑 같이 각각 1,000명 씩 2개의 조사기관에서 여론을 묻는다니 아주 공정하다고 보십니까?

혹은 주민 주권 시대인데 주민들의 여론을 물어 시청사의 위치를 결정하니 진일보된 민주적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도 아니면, 결정권을 가진 시의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창원시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보십니까?

 

 

 

제 생각입니다.

창원시 청사 위치, 이런 식의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 옳지 않습니다.  이유는 다음 세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통합 당시 창마진 세 도시 시민들과의 약속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억나실 겁니다. 통합 당시 통합 조건이 되었던 가장 큰 이슈는 시의 명칭과 시청사 위치였다는 것.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통합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에 따라 통합준비위원회는 시의 명칭을 창원으로 하는 동시에 청사의 위치는 마산과 진해 중 어느 한 곳으로 한다는 결정을 했던 겁니다. 2순위로 창원을 검토한다고는 했지만 청사위치 결정이 올림픽 경기도 아닌데 1순위가 있는 2순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결정이었죠.

바로 그 결정 때문에 마산과 진해 시민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아꼈던 시의 명칭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통합에 동의했던 겁니다. 만약 그 당시 “시의 명칭은 창원으로 하고 시청사는 세 도시 주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해서 결정한다”고 했으면 통합이 되었을까요?

지난 일이라고 잊으면 안 됩니다. 도시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인 사회통합인데 이런 식이면 사회통합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점에서, 꼭 여론조사로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면 마산과 진해 둘만을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둘째, 여론조사 자체의 문제 때문입니다.

세 도시의 주민을 같은 수로 뽑아 하는 질문이니 공평하다고 말할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씀입니다. 이 여론조사의 답은 이미 창원으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왜냐고요?

보통 시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는 관공서 건물을 많은 돈 들여 다시 짓거나 옮기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자가 심심찮게 언론의 주요뉴스로 등장하는 요즈음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사를 새로 지을 것인지? 아닌지? 새로 짓는다면 어디에 지어야 하는지?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을 여론조사로 물었을 때 얻을 답은 뻔합니다.

“돈도 많이 들 텐데 뭘 짓고 뭘 옮겨 그냥 그대로 있지”라고 대답할 시민 상당수 될 겁니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는 공정하다"고 말한다면 그건 꼼수로 답을 찾겠다는 의도일 뿐입니다.

따라서 여론조사에 나타날 시민들 생각은 ‘시청의 위치로 창원이 타당하다기보다 공공재정을 아끼자는데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여론조사의 질문은 시청사가 창원 마산 진해 어디에도 없는 상황에서 물어야하는 방식입니다. 발상부터 잘못된 여론조사라는 뜻입니다. 

 

셋째, 이런 문제를 시민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점 때문입니다.

시청사의 위치는 통합의 본래 목적인 지역균형발전과 미래의 도시발전방향 등 정책적인 판단과 장기적인 구상을 배경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새로 만들어질 청사의 규모도 대강의 그림이 그려져야 합니다. 다섯 개 구청으로 업무를 이관시키고 본청의 규모는 줄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시청사에 대해 시민들 의견을 묻기 전에 적어도 이에 대한 계획도 내놓아야 합니다.

이런저런 설명 하나 없이 세 지역 주민들에게 막무가내로 청사위치로 어디가 좋으냐? 짓는 것이 좋으냐? 기존 건물 그냥 사용하는 것이 좋으냐? 이렇게 물어보고 단순히 숫자가 많은 쪽으로 결정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이런 식의 결정은 민주적인 결정방식이 아니라 무책임한 결정방식입니다.

 

제 의견입니다.

청사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입니다. 마산과 진해 둘 중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것이 통합의 정신이자 순리입니다.

이미 시행한 용역에서 연구가 되어 있을 테니 그 결과에 따라 마산과 진해 중에 시청사를 두고 탈락한 곳에는 그에 상응할만한 배려를 하면 될 것이라 봅니다.

옛 창원시 주민들의 여론이 염려될 것입니다만, 그 문제는 책임 있는 위치에 계신 분들이 해결해내야 합니다.

“명칭을 가져왔으니 청사는 주어야 되지 않겠느냐,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자, 통준위에서 이미 결정한 일이다” 등등 진정성을 갖고 설명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지역사회를 끌어가는 위치에 계신 분들이라면 그 정도 일은 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통합시청사 위치 마산과 진해 1순위’라는 통합준비위원회의 결정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옛 창원시의원 중에서 통합준비위원으로 참여했던 분들이 “1순위라고 했지만 그것이 순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는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순위’를 ‘순서를 나타내는 위치나 지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 진실 여부를 가리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시 통합준비위원이었던 분들이 사실 관계를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당시 통합준비위원은 김윤근 도의원, 경남도 김종호 통합시 출범준비단장, 행정안전부 고윤환 지방행정국장, 창원시의회 장동화·강기일·정연희 의원, 창원시 안삼두 행정국장, 마산시의원 김이수·이흥범·이상인 의원, 마산시 황규일 행정관리국장, 진해시의원 배학술·도인수·유원석 의원, 진해시 한덕우 총무국장 등 15명 이었습니다.

특히 이 분들 중 마산의 김이수·이흥범·이상인 의원과 진해의 유원석 의원은 지금도 시도의원으로 재임 중이니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만약 옛 창원시의원들 말대로 명칭결정은 사실이지만 청사결정은 그게 아니라면 통합을 밀어부치기 위해 세 도시 시민들을 속였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통합을 추진한 관련자들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되겠지요.

또한 시민을 속이고 한 통합이니 그에 상응하는 대안도 찾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