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창원시 청사위치 문제 때문에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옛 창원지역 출신 시의원 한 분은 '시청사는 마산과 진해 중에 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못 먹고 사는 사람 구해줬더니 집 내놔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마산시민을 두고한 말 같습니다.
그 분이 누군지는 몰라도, 공직자로서 해야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가리지 못하니 시민이 시의원을 걱정해야할 판입니다.
그렇습니다. 3년 전 통합여론조사 때 창원 진해 시민들에 비해 마산시민들이 통합을 많이 원했던 것 사실입니다. 도시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했던 마산시민들이 도시통합을 돌파구로 생각했던 것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못 먹고 사는 사람 구해줬다”는 생각 옳지 않습니다. 통준위 합의사항이니 시청사를 진해나 마산에 두자는 걸 두고 “집 내놔라 한다”는 말 역시 옳지 않습니다.
3년 전 그 때로 돌아가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통합은 마산시민들이 하고 싶어서 된 일이 아닙니다. 마산시민을 위해서 한 통합도 아닙니다. 통합은 세 도시 시민들이 뽑아 세운 시의회가 결정했습니다.
애당초 창원 진해에는 통합을 반대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시민 뿐 아니라 시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통합을 결정하기 직전, 시의회가 통합반대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MB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던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시의원들을 압박하자 어느 날 갑자기 통합반대가 찬성 쪽으로 돌아 섰던 겁니다.
여기까지가 팩트(Fact)입니다. 지난 일이라고 잊으시면 안 됩니다.
마산시민이 통합을 가장 많이 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산시민들 중 누구 한사람 창원 시의원들에게 통합을 결의하라고 요구한 적 없습니다. 통합하자고 사정을 한 적도 없습니다. 통합은 창원 시의회가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자신을 뽑아 준 시민들의 뜻은 내팽겨 치고 공천권자 눈치만 보고 결정한 일입니다. 그 때 창원 시의회가 반대했더라면 이렇게 시끄러운 통합 애당초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창원지역 시민과 시의원 중 통합문제 이야기하다 욕이라도 한 마디 내지르고 싶으면 자신들이 뽑았던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에게 하셔야 합니다. 마산시민들에게 빈정댈 일이 아닙니다. 방향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저는 마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렇다고 남한테서 “못 먹고 사는 사람 구해줬더니 집까지 내놔라 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함부로 살지는 않았습니다.
저 개인을 두고 한 말은 아니겠지만 파렴치범에게나 할 수 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며 가슴이 까맣게 타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마산이라는 이름이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만, 마산은 제 고향이고, 저는 마산사람입니다.
또한 이 도시는, 싫다고 등 돌릴 수 없는 제 인생 소설의 무대이자 삶에서 도려 낼 수 없는 살붙이 같은 존재입니다.
통합 당시 마산의 도시사정이 나빴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손가락질 받을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이 도시에도 역사와 문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어린아이가 자라고, 골목마다 거리마다 사람들의 온기가 흐르는, 여기도 사람 사는 도시입니다.
이름도 잃었고 때로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제 마음이 더 애잔해지니, 저는 어쩔 수 없는 마산사람입니다.
희망까지 무너진 건 아닙니다. 생물과 같은 것이 도시라 했으니 언젠가 이 도시에도 새로운 기회가 오리라 믿고 그저 지켜볼 따름입니다.
마산의 도시사정이 나빠진 것, 마산시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공직자에게 있습니다. 굳이 시민들에게 책임이 있다면 공직자 잘못 뽑은 책임입니다.
잘나가던 도시가 어느 날 길을 잃고 헤매어도, 기관과 기업이 떠나면서 성장 동력이 사라져도, 난개발 막개발로 도시가 난도질을 당해도, 그래서 한 사람 두 사람 이 도시를 떠나도,,, 마산을 책임졌던 분들 아무도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 분들, 지금까지 시민들께 진실한 고백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욕심 채우기 바빴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마산시민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공직자를 잘못 뽑은 잘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산시민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 용납되지 않습니다.
파렴치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마산사람들이 잘못한 일 없습니다. 통합은 원했지만 마산시민이 통합을 결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스스로 결정한 통합을 두고 마치 마산사람들 때문에 한 것처럼 말하시면 안 됩니다.
“못 먹고 사는 사람 구해줬더니 집 내놔라 한다”며 마산사람들을 꾸짖은 시의원께 드리는 말입니다.
명칭은 가졌으니 시청까지 전부 갖고 싶습니까? 그래야 만족하시겠습니까? 그래야 속이 편하시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도시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회통합일 텐데, 이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으로 붙잡으시렵니까?
시민인 저는 그것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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