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도시이야기

공간의 재탄생 - 재생 건축 intro.

by 운무허정도 2018. 2. 22.

  달 가까이 이어져 왔던 '건축의 외형' 에 이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방치되고 버림받게 된 건축에 새 삶을 불어넣는 '재생 건축' (regenerative architecture)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볼까 합니다.

우선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미술관,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의 이미지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Tate Modern seen from the River Thames : 출처 - www.geograph.org.uk


 직접 가 보진 못했을 지라도 이름은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테이트 모던은 연간 4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영국 런던의 명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원래 이곳은 미술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화력발전소 건물 겸 수련 기계공 및 전기공 양성기관이었습니다. 


Bankside B Power Station, London, England, around 1985 : 출처 - en.wikipedia.org


 하지만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석유 가격이 3배 수준으로 폭등했던 1970년대의 석유 파동 등을 이유로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1981년 가동을 중단하게 되며, 20년 가까이 런던의 흉물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철거 및 재개발을 노리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과 Tate Gallery의 결단으로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재탄생 하였습니다.


출처 - commons.wikimedia.org


 테이트 모던의 모습을 보면 화력발전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기둥을 포함하여, 많은 부분에서 기존 외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뱅크사이드 발전소가 계속 방치되었다면 여전히 흉물로 남았을 것이고, 철거 후 새로운 건물이 세워졌다면, 예전의 발전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보아왔던 풍경은 그들의 기억속에만 남게 되어 결국 영영 사라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기능을 가지되 기존 건물의 형태적, 공간적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여 과거의 시간을 품은 채로 현재와 공존하게 하는 것이 재생 건축으로서,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과도 다르고 고건축과도 차별되는 독창적 공간을 탄생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재생 건축' 과 유사한 의미도 있지만 똑같지는 않은 용어들이 있고, 다른 의미지만 언뜻 듣기에는 유사한 의미처럼 들리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아래 단어들은 영어권 국가에서도 의미가 모호한 부분들이 있고,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혼용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야기해 보려는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 싶어 적어봅니다.


 - 재건축 :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30년 이상 지난 아파트 단지를 완전 철거한 후 신축 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안전상의 문제 해결과 경제적 이득 발생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단순 번역인 reconstruction 은 일부 혹은 완전히 파괴된 건물을 예전 모습으로 복원하는 행위를 뜻하는 경우가 많으며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쓰일 수 있습니다), 복원 이라는 단일 의미를 가지는 rebuild 라는 단어 또한 사용됩니다.

 - 리모델링 :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5년 이상 지난 아파트 단지를 골조를 유지한 채로 수직 또는 수평으로 증축하는 행위를 뜻하며, 목적은 재건축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리모델링이라는 단어는 사회 전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며, 건축 분야에서는 건물의 규모와 상관없이 내,외관 변화 혹은 용도의 변화를 주는 경우 관습적으로 사용됩니다. 영어 표현인 remodelling 또한 건축의 내,외관이나 구조의 변경 등을 행할 때 사용되며, 아래의 리노베이션 (renovation) 과 비교됩니다.

 - 리노베이션 : (보통은 오래되어 낡은) 기존 건축물을 헐지 않고 개보수하여 사용한다 는 뜻이며, 영어 표현인 renovation (낡은 것을 좋은 상태로 수리하는 것) 과 거의 같다고 보아도 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리노베이션을 리모델링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리모델링' 이라고 하는 표현은 주로 '경제 논리' 가 힘을 발휘하는 작업이며, 투자 대비 수익을 계산하여 실행하게 됩니다 (개인 주택의 리모델링 같은 경우는 예외입니다).

'재생 건축' 은 테이트 모던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외형적으로는 리모델링에 가까운 작업이라 볼 수 있지만, 방향성과 목적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버려지게 되었지만 유,무형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는 많은 건물과 장소가 있습니다. 재생 건축은 그러한 것들을 현재에, 그리고 미래까지 이어주고자 하는 생각이 담겨 있는 작업입니다. 또한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의 리모델링 비용은 1995년도 당시에 약 1.4억 파운드, 한화로 2,000억원에 이릅니다. 경제논리에 의하면 철거 되었어야 했을 화력발전소는 테이트 모던 이라는 '재생 건축' 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결국에는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이득을 지역사회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다음 주 부터는 여러 형태의 '재생 건축' 사례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