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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96

어린이집 생활기록부에 사는집의 방갯수를 왜 적을까? 올 해 네살이 된 딸아이가 집 근처의 시립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새학기라 이것저것 제출할것이 있었는데 그 중에 '생활기록부'라는것이 눈에 띄었다. 아이의 간단한 인적사항이나 신체발달상황 등이 기재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어야 하는 내용이 많았다. 무심코 적다가 부모학력을 적는 란이 나왔다. 아직도 이런것을 적어내나 조금 의아해 하며 나머지 문항들을 보니 눈을 의심할 질문들이 연이어 나왔다. 생활정도를 상,중,하,영세 중에 선택하고, 보육료 감면여부를 면제,경감,유료로 구분하고, 주거상태를 월세,전세,친척집,자택으로 구분하고, 자택은 다시 단독주택인지 아파트인지를 적도록 되어있었다. 여기에 방갯수까지 적으라니...... 긴 한숨이 나왔다. 대체 이런것들이 아이를 잘 돌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은.. 2010. 3. 2.
현장-3 바람은 없었지만 짙게 흐린 날이었습니다. 많이 추웠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노전에서 채소를 팔고 있었습니다. 오후 한가한 때라 그런지 혼자서 마른 마늘을 까고 있었습니다. 마늘 외에도 고구마, 양파, 대파 등이 프라시틱그릇과 비닐봉지에 담겨있었습니다. 바람을 막기위해 스티로품 판을 등 뒤에 세웠고, 위 쪽은 비닐을 덮어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집기들과 박스 봉지 널판지 등에 작은 몸이 파묻혀, 하마터면 할머니가 계신 것을 모르고 지나갈 뻔 했습니다. 마산은 남쪽이라 그나마 다행입니다. 2010. 1. 15.
현장-2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 추웠습니다. 올 겨울 중 기온이 제일 낮다고 아나운서가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던 날이었습니다. 한 건물에 들어서니 웬 할머니 한 분이 바닥에 앉아 주워모은 종이를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바깥 날씨가 워낙 춥고 바람도 있어서 실내로 들어오신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이 종이 팔아 용돈한다'고 조용히 웃으셨습니다. 젊었을 때는 미인 소리깨나 들었을법한 곱상한 얼굴이었습니다. ……… 딱히 할말이 없었습니다. 2010. 1. 2.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 갈등은 통합으로 대결은 상생으로 승화되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창조적 달팽이의 초심을 잊지 않고 부지런히 발품 팔겠습니다. 팀 블로거 / 허정도, 신삼호, 류창현, urbandesign 2010. 1. 1.
현장-1 12월 28일 오후 5시, 마산시 합포동. 두 사람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길 블럭 벽에 알루미늄 문짝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최 씨가 웅크려 누워있었습니다. 선물을 들고 간 사람은 앉을 곳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고, 선물을 받을 사람은 일어설 수가 없어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 혼자 기거하는 좁은 방이었습니다. 상상했던 장면이었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지니 이럴 수가 싶었습니다. 짙은 색의 낡은 담요와 그을린 듯 변색한 누우런 벽지, 어지럽게 널려진 가재도구와 신체보조기구들, 낡은 가구, 냉기 흐르는 방. . . . 마치 오래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2009. 12. 29.
아름다운 음악회 12월 22일 오후, 가수 ‘김산’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7시 반에 「시와 자작나무」에서 작은 음악회를 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시와 자작나무」는 치과의사 김형준 선생이 지역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만든 문화공간입니다. 옛 중앙극장 맞은쪽에 있는 커피숍입니다. 반가웠습니다. 편안하고 정겨운 모임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아내에게 문자를 보여주었더니 선뜻 동행약속을 했습니다. 25일 저녁 6시, 마산YMCA박영민 이사의 부친상 조문을 하면서 송창우 시인을 만났습니다. 송 시인 날 보더니, “나중에 「시와 자작나무」 음악회에 오실 거죠?”하고 물었습니다. 이미 마음먹고 있었으므로 갈 거라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선생님 펴낸 책 낭독 한 번 해주시죠, 프로그램에 넣겠습니다”.. 2009. 12. 26.
아름다운 곰탕 식당 한 군데 소개합니다. 맛 소개가 아닙니다. 맛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서 특별히 소개할 필요도 없는 식당입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는 훈훈한 이야깁니다. 너무 착해서, 마음 씀씀이가 너무 아름다워서 소개합니다. 마산시 회원동 마여중 앞에 있는 식당 「마산할매곰탕」이야깁니다. 개업할 때부터 이 식당에 가끔씩 드나들었습니다. 저의 집과 직장이 이곳에서 멀지 않거든요.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곰탕 한 그릇하려고 들렀습니다. 주차를 해놓고 식당 쪽으로 가는데, 식당건물 뒤쪽 입구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줄을 쭈욱 서있더라고요. 이상해서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점심 얻어먹으려 왔지” “그냥 줍니까?” “그럼,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데, 토요일마다 곰탕을 공짜로 먹여줘”.. 2009. 12. 24.
메니페스토실천운동이 중요한 이유? 매니페스토 실천운동이 중요한 이유? 지난 12월 17일, 경남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경남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창원대학교 경상대학(21호관)에서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니페스토’는 잘 모르는 분야라서 공부할 겸 참석하였습니다. ‘매니페스토 실천운동을 통한 지방자치발전방향’라는 주제로 네 가지 소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온 박달호(경상남도청)사무관은, ‘실천운동의 성과와 지방자치’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유권자들은 아직 이 운동에 대하여 생소하여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단체장의 입장에서는 당선후 공약이행을 통한 단체장의 신뢰도 제고와 단체장과 주민과의 소통기회를 확대하여 참여와 협력, 비판과 감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 2009. 12. 20.
중매 세 번하면 천당 간다는데 두 번째 중매에도 성공했습니다. 두 번 시도에 두 번 성공, 확률 100%입니다. 첫 중매가 1993년이었으니 16년만의 중매입니다. 경남은행에 다니던 총각 오공환과 마산건축사회에 근무하던 처녀 안경희를 이어 주었습니다. 1월에 중매를 섰는데 그 해 10월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지금 창원에서 아들딸 쌍둥이 낳아 네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벌써 중학교 3학년입니다. 오공환은 결혼 후 건축사 시험에 합격, 현재 창원 다몬건축사사무소 대표입니다. 이 부부, 지금도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지 설 추석마다 우리 집에 찾아 옵니다. 와서는 ‘좋은 사람 만나게 해주어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저의 첫번째 중매입니다. 두 번째 중매의 주인공 신부 최은영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마.. 2009. 12. 17.
즐거웠던 밤 - 서익진 교수의 출판기념회 마산시의회가 마산을 창원 진해와 통합시키기로 결정한 3일 후인 어제, 12월 10일 목요일 밤. ‘마산을 살리자’는 책의 출판을 축하하기 위해 경남대 평생교육원에 사람들이 모였다. 서익진 교수의 신간 『마산, 길을 찾다』의 출판기념회 이야기이다. 이 책은 서 교수가 그 동안 마산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남겨 놓은 글들과 마산도시재생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 등에서 주장한 내용들을 재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리아미디어'에서 기획한 '리아프리즘문고 제1호' 출판이었다. 리아프리즘문고는 지역 도시영역, 문화 예술영역, 인문 사회영역의 세 분야에 걸쳐 지속적인 출판을 구상하고 있다. 지역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도서출판 불휘를 운영하는 우무석 김리아 부부의 아름답고 원대한 시작이었다. 경.. 2009. 12. 11.
인간이 고양이보다 나을까? 단독주택에 살다보면 아파트 사는 분들이 경험치 못하는 일들을 간혹 겪습니다. 내가 사는 집은 산 밑이라 대문 앞 길건너가 바로 무학산 자락입니다. 차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조용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게 늘 좋은 건 아닙니다. 사람 눈이 적다보니 문제도 생깁니다. 쓰레기 슬쩍하는 사람들 이야깁니다. 아무도 안 본다 싶어, 차타고 지나가다 버리는 모양입니다. 사용한 휴지, 먹다 남은 빵, 빈 깡통과 봉지 등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예 가구를 버리는 간 큰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소파, 나무걸상, 심지어 못 쓰는 냉장고가 나뒹군 적도 있습니다. 못쓰게된 자동차도 왕왕 나타납니다. 지난 초가을에는 대구번호가 찍힌 자동차 한 대가 버려져 있었는데 동사무소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 겨우 치웠습니다. 지금도.. 2009. 12. 6.
게으름의 미학 게으름이란? 여태껏 근면, 성실, 협동이라는 단어는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많이 들으면서 성장하였고, 게으르면 빌어먹는다는 말을 통해 나태함에 경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성장기인 육 칠십년대에는 절대 빈곤의 사회여건상 그렇지 않으면 딱 굶어죽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정서에는 근면이 지고지순한 도덕적 덕목으로 취급되고, 게으름은 거의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게으름으로 인한 폐해는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러나 근면으로 인한 폐해는 무엇일까? 이러한 발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게으름의 미학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은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가치관 속에서 게으름은 경쟁.. 2009. 11. 6.
굵고 짧은 놈, 가늘지만 긴 놈 크고 잘생겨야 대접 받는 세상이라, 말로는 ‘작고 힘없다고 깔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내 무의식도 세상따라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크고 잘 생긴 놈이 허무하게 스러져갈 때, 작고 약한 놈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제 몸을 뽐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대문과 담장에 붙은 담장이넝쿨이야깁니다. 크게 잘 자란 넝쿨은 지난여름 짙은 녹색에 넓은 잎사귀 뽐내며 담장을 온통 제 것인 양 휘감았습니다. 볼만했습니다. 그 위세가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아이손바닥만한 초록잎사귀가 출렁거렸는데 그 광경에 지난여름이 다 시원했습니다. 담장을 온통 뒤덮은 넝쿨과 새파란 잎사귀는 마치 화려한 고급포장지로 싼 선물상자처럼 멋졌습니다. 바로 그 곁에 동전만한 잎사귀가 달린 가느다란 넝쿨 몇 줄기가 떨어질 .. 2009. 11. 4.
아내와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습니다 대한민국 주부들이 가장 많이 본다고 알려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였습니다. 살다보면 별일도 다 겪는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만 출연하고 자신은 방청석에 앉아 있는 줄만 알고 있던 아내는 서울 가는 KTX 안에서 둘이 함께 나란히 출연하는 걸 알고 걱정을 태산 같이 해댔습니다.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아내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게스트 석에는 나 혼자만 앉고 아내는 방청석에 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출연 하루 전날 점심 때 쯤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와 나란히 앉아야 그림이 나온다고. 그 사실을 열차 안에서 알려주었던 겁니다. 서울에 도착해 방송국에서 예약해둔 호텔에 여장을 풀고 나니 밤 10반 쯤 되었습니다. 대본을 읽어보기 위해 객실에 있는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2009. 10. 21.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마산 창신공고 건축과에서 우리를 가르친 선생님입니다. 2학년 1학기가 시작되던 1969년 봄에 우리 반 담임으로 부임하셨으니 선생님 만난 지 꼭 40년 되었습니다. 첫날 인사에서 선생님은, 마산이 고향이며 한양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공군 제대하고 학교로 왔다고, 잘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날 입었던 선생님의 차분하고 개성 있는 카키색 양복과 화려하게 붉었던 넥타이가 참 멋졌습니다. 옷 뿐 아니었습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서늘한 눈매, 약간 웨이브진 머리칼, 요즘 말로 얼짱이었습니다. 첫날 그 멋졌던 선생님의 모습은 그 후 오래 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장을 했다는 선생님은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흰색·붉은색·푸른색 분.. 2009. 10. 12.
노무현의 추억 최근에 용산 재개발문제로 참극이 빚어졌습니다만, 이런 사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조세희 선생의 ‘난쏘공’이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난장이들의 꿈은 이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18년 전, 1991년이었습니다. 건축가였던 나는, 세입자이기 때문에 재개발의 혜택은커녕 어디론가 빈손으로 쫓겨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끝에, 기존의 재개발방식과 달리 세입자도 입주 가능한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아무 방법이 없는지, 집을 지어주지는 못하지만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도 제시해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산에서 펴낸 이 책을 읽고 공부하시겠다고 직접 전화를 한 후 보좌관을 보내 받아간 그 책 입니다. 일 년간의 시간을 들인 뒤 ‘세입자.. 2009.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