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1 기억을 찾아가다 - 6 6. 한국전쟁기의 봉암동 Ⅳ - 징병, 피난 귀향 전쟁 나고 열흘 쯤 되었다. 낯선 얼굴을 보기 어려운 시골마을에 낯선 복장에 낯선 체형의 사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린 아직 어려 잘 인지하지 못했으나, 어른들이나 형들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눈에도 그들의 양태가 박히게 되었다. 허름한 바지저고리에 짚신이나 낡은 검정고무신 차림과는 완연히 대조되는, 색깔 있는 셔츠에 빳빳한 바지, 그리고 단단하고 날렵해 보이는 운동화 차림이었다. 가을이 되어서는 당시로선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던 점퍼들도 입고 있었다. 체격도 구부정한 농민들과는 달리 몸이 곧고 날렵해 보였다. 형사들이었다. 그들이 나타나면 우리들도 알아보게 되었고, 형들이나 아저씨들에게 전해주기도 했었다. 그들은 징집대상자들을 차출하러 그렇게 다니면서.. 2017. 11.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