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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인간이 고양이보다 나을까?

by 허정도 2009. 12. 6.

단독주택에 살다보면 아파트 사는 분들이 경험치 못하는 일들을 간혹 겪습니다.
내가 사는 집은 산 밑이라 대문 앞 길건너가 바로 무학산 자락입니다.
차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조용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게 늘 좋은 건 아닙니다.
사람 눈이 적다보니 문제도 생깁니다.

쓰레기 슬쩍하는 사람들 이야깁니다.
아무도 안 본다 싶어, 차타고 지나가다 버리는 모양입니다.
사용한 휴지, 먹다 남은 빵, 빈 깡통과 봉지 등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예 가구를 버리는 간 큰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소파, 나무걸상, 심지어 못 쓰는 냉장고가 나뒹군 적도 있습니다.



못쓰게된 자동차도 왕왕 나타납니다.
지난 초가을에는 대구번호가 찍힌 자동차 한 대가 버려져 있었는데 동사무소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 겨우 치웠습니다.

지금도 한 대 있습니다.

앞 뒤 번호판이 없어서 어느 지역 차인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멀쩡합니다.
지난달 말쯤부터 자릴 잡았는데 이 글 포스팅한 후 동사무소에 신고할 계획입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집 앞 도로가 자기네 강아지 화장실로 착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작은 것은 보아 넘길만하지만 큰 것일 때는 정말 황당합니다.
큰 개의 큰 것은 정말 크거든요.
사진은 생략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줄어들어야 될텐데 줄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작은 쓰레기들은 우리가 직접 치우고 큰 것들은 쓰레기차가 와서 치웁니다만, 이런 짓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좀 상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이런 짓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CCTV설치되어 있음」이라는 헛간판을 붙여 놓으면 덜 할 거라는 친구의 조언도 있었지만 아직 헛간판을 붙이지는 못했습니다.

쓰레기 뿐 아닙니다.
언제부터인가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갈 곳이 없는 도독고양이야 이곳저곳에 많습니다만 이 놈들은 아예 우리집에 자리를 틀고 앉았습니다.
한 동안 집 정원에 들락날락 하더니 날씨가 쌀쌀해지자 아침마다 내 자동차 보닛(bonnet) 위에 올라앉는 겁니다.

아침햇살이 자동차에 떨어지면 검은색 보닛이라 다른 곳보다 따뜻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매끌매끌해서 아침운동하며 놀기 좋아 올라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올라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위에서 실례를 합니다. 작은 걸로요.
아침에 나가보면 엉망입니다. 게네들 오줌으로요.
고양이 오줌이 독하다네요. 그래서 부지런히 몇 번 닦았습니다.

한 번 두 번도 아니고 매일 아침 고양이 오줌청소하고 있을 수도 없어서 얼마전에 쫓아냈습니다.
쫓으면서도 ‘내가 절더러 보닛에 앉지 말라는 걸 알기나 할까?’하며 반신반의했는데 다행히 다음 날부터 고양이가 차 위에 올라가지 않더군요.
'영리한 고양이!'

하지만 갈 곳 없는 고양이라 지금도 우리 집 정원 이곳저곳을 서성거리거나 모아진 낙엽 위에 누워있거나 합니다.
그 정도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냥 보아 넘깁니다.

제 놈도 살아야 하니까요.




근데,,,,,

고양이는 나의 큰 소리 한 번에 잘못을 뉘우치고 못된 짓을 멈추었는데,
사람 안보면 아무데서나 쓰레기 버리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만날 수 없으니 말로는 안 되고, 크게 글로 써서 붙여볼까요?

「인간아, 인간아, 여긴 쓰레기장이 아니야!」 라거나 아니면,

「CCTV작동 중, 발각즉시 고발!!」

이렇게 써붙이면 고양이 처럼 못된 짓을 멈출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