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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도시이야기

꽃과 미녀의 도시, 콜롬비아 메데진(Medellin) - 4 / K-LINE Cable Metro

by 운무허정도 2019. 8. 12.

-그들의 도전-

 

통영 및 여수,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설악 오색케이블카 등 우리사회에서 케이블카 설치는 지역의 관광산업의 활성화의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그에 따른 지역개발과 환경보전 사이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메데진(Medellin)은 새로운 시각과 발상 전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케이블카를 대중교통 수단(Cable Metro)으로 도입하였다.

현재 세계 30개국이 넘는 도시에서 메데진의 이 혁신적 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니 그 실효성은 이미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메데진의 케이블카 K-LINE Cable Metro>

 

구체적인 이야기에 앞서 메데진의 도시변천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고산지대의 온화한 기후가 특징인 메데진은 최초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후 19세기에 이르러 금과 커피 무역의 거점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내전과 마약분쟁 등 급속한 인구유입 요인이 있었고 이는 산악 빈민지역의 난개발 확장(Urban sprawl)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메데진의 난개발>

<모든 건물에 사용된 사각형 3구 황토 블럭>

 

이런 상황에서 세르지오 파자르도 시장을 비롯한 정책입안자들이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에 대응하고 달동네 빈민촌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메데진 K-LINE으로 대표되는 Metro Cable이다.

교통복지를 통한 사회적 도시화(social urbanism)의 새로운 모델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메데진의 대중교통 Metro Cable K-LINE을 직접 경험해 보았다.

아래 '메데진 대중교통 시스템 노선도'의 윗 부분에 살짝 한번 꺾인 수평의 연두색 라인이 'Metro Cable K-LINE' 이다.

 

< 메데진 대중교통 시스템 노선도 >

 

메데진의 대중교통 시스템 노선은 중전철이 도시 중앙을 가로 지르고, 지선은 버스 및 K-LINE 등과 같은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다.

현지 치안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걱정에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Metro A-LINE Universidad역에서 전동차에 올랐다.

우려와는 달리 차안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고 한국 지하철과 많이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스페인어와 우리 일행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몇몇 현지들만이 여기가 메데진 전철 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전동차 역 출입구와 차 내부>

 

Acevedo역에 도착하여 K-LINE 케이블카로 환승하였다. 별도로 요금을 내지는 않았다.

K-LINE은 고지대 빈민지역을 가로질러 올라가는 케이블카 코스였다. 'COMUNA 13' 처럼 도시재생으로 관광지화 시킨 곳은 아니었지만 케이블카로 교통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 놀랐다.

케이블카 밖으로 다닥다닥 붙은 경사지의 수많은 집들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마치 과거 우리의 달동네 수십 수백 개를 한 곳에 모아 놓은 듯 했다.

놀아움이 이어졌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끝 없이 펼쳐진 붉은 황토색 주택들의 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공 황토벽돌과 골함석 지붕으로 만들어진 수십만 채의 집들이 도시와 구릉지와 계곡을 뒤덮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규모에 눌려 잠시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여태까지 살아 오면서 이렇게 많은 주거용 건축물을 한눈에 담은 적이 있었을까? 이들에게 주어져야할 도시행정은 어떤 것일까? 자문했다.

널리 알려진 도서관은 보수공사 중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다본 현지 모습>

 

메데진 토박이인 현지 운전기사의 말에 의하면 케이블카 설치 이전에는 주민들이 도심의 일터로 이동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집을 나서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K-LINE 설치로 도심지역으로의 출퇴근 소요시간을 최고 70%이상 줄였다고 하니 이프로젝트의 효과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하게 설치된 우리의 경전철이 도입취지와는 달리 지역의 흉물로 전락한 모습이 오버랩 되어 씁쓸하다.

 

<메데진 현지 운전기사>

 

케이블 K-LINE의 종착역인 Santo Domingo역에서 내리지 않고 고산지대 산악관광지 국립공원 Parque Arvi로 이어지는 케이블 L-Line으로 환승하였다. 여기는 추가비용이 필요했다.

대담한 구상이었다. 

 

<국립공원 Parque Arvi와 연계된 K-LINE>

 

대중교통용 케이블카(K-LINE)와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관광용 케이블카(L-Line)를 연계한 시도가 참신하다. 탑승비용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에서 차별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도 충분히 도입을 고려해 볼만한 아이디어이지만 우리에게 도시지역과 대규모 자연림이 연결되는 곳이 있을까?

 

<국립공원 Parque Arvi>

 

이름이야 거창하게 'Metro Cable'이라 붙였지만 사실 있는 그대로의 환경에 편익을 증진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빈부격차를 현실로 인정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며 여전히 변화의 과정에 있어 그 성공을 단언하기에는 이르다는 폄하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룩한 혁신적인 성과와 노력은 대중교통의 혁신을 통해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도시재생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도시를 향한 그들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