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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도시이야기

꽃과 미녀의 도시, 콜롬비아 메데진(Medellin) - 6 / 국제 시(詩) 축제

by 운무허정도 2019. 9. 2.

아래의 글은 도시연구자 박용남 선생의 글을 참조하였습니다.

 

시(詩)가 도시를 살릴 수 있을까?

시인(혹은 시)을 매개로 개최되는 축제는 국내에도 많다. 축제 분위기는 대부분 서정적이다.

하지만 메데진의 ‘국제 시(詩) 축제(International Poetry Festival of Medellín)’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메데진의 ‘국제 시 축제’는 콜롬비아, 특히 메데진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폭력과 증오에 대한 항의로 시작되었다.

앞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1990년대 초 메데진은 정치 테러 및 범죄 집단 간의 투쟁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의한 공포가 사회를 짓눌렀다.

주말 한 번에 약 100명이 살해 되고, 오후 8시 이후에는 군대가 사회를 통제하는 야간 통행금지 등으로 인해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나라 전체가 완전히 죽어 있었다.

메데진의 ‘국제 시 축제’는 이런 도시를 되살리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어느 날 거리에서 시 낭송이 시작되었고, 그를 통해 메데진의 문화생활이 재건되고 도시가 서서히 생기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진들은 지금까지개최된 메데진 '국제 시 축제' 중 한 장면>

 

메데진의 ‘국제 시(詩) 축제(International Poetry Festival of Medellín)’는 1982년에 창립된 문학 잡지 Prometeo와 관련된 13명의 사람들에 의해 1991년에 처음 조직되었다.

‘시 축제’에 대한 영감을 가장 먼저 떠올린 이는 편집자이자 시인이었던 페르난도 렌던(Fernando Rendón)과 안젤라 그라시아(Angela Garcia)였다.

최초로 축제가 열렸던 1991년 메데진의 살인률은 인구 10만 명당 381명(6,349건 살인 사건)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 축제는 2006년도에 ‘바른 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했고, 2009년부터는 콜롬비아의 문화 예술 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바른 생활상’은 1980년 "세계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비전과 모범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용감한 사람들과 조직을 존중하고 지원"하기 위해 독일에서 제정되었다. '대안 노벨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상은 현재 70개국 174명이 수상했다.

‘바른 생활상’ 재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메데진의 ‘국제 시 축제’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준 높은 평가다.

“콜롬비아는 테러 집단의 희생자이며, 시(詩)는 수수께끼를 해독하는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테러는 국가가 후원하는 것이며, 시는 꿈이자 영원한 도전에 대한 해답입니다...... 메데진의 ‘국제 시 축제’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시 축제 중 하나입니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가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6일까지 8일 동안 5개 대륙 35개국에서 온 시인들이 참가해 메데진 시 전역에서 진행되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시인은 한 명도 없었다.

축제 프로그램은 시 낭송회, 워크숍, 문학 강좌와 패널 전시 등 120개 이상의 활동이 이루어지며, 매년 20만 명 내외의 내국인과 외국인들이 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내가 방문했던 일자와 달라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혹 다시 메데진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참석해보고 싶은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