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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도시이야기

인도·방글라데시 건축 답사 - 1

by 운무허정도 2023. 12. 6.

이 글은 건축사신문 제292호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2023 경남건축사회 해외건축물 답사기                                                                                 서직용 건축사ㅣ서윤 건축사사무소

2023년 8월 25일 인도(INDIA)로 출발.

인천공항을 떠나서 델리(Delhi)공항까지 약 8시간의 짧지 않은 비행을 마쳤고, 공항을 빠져나와 인도 여행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 덥구나... 습도는 또 왜 이렇게 높고... 그런데 공항 주차장에 개들이 있네? 심지어 많구나.

공항 밖을 나서는데 말로는 표현되지 못할 장면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여행을 시작하기 전, 걱정되었던 우려가 현실이 되는구나.

△ 고속도로 매표소

△ 개(犬) 평안(平安)

 

인도의 첫날은 다른 일정이 없어서 호텔로 바로 향하였다. 그리고, 걱정되던 것들 중 하나였던 음식. 인도 국교인 힌두교의 교리에 따라 소고기는 당연히 없고(놀랍게도 인도는 세계 최대의 소고기 수출국이다.), 이슬람 문화의 영향인지 호텔의 음식에는 돼지고기도 없었다. 하지만, 닭고기와 양고기가 곁들여진 음식, 정말 많은 종류의 카레(Curry)와 향신료, 유제품 등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맛있네? 그렇다. 우려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그러나, 짧지 않은 여정의 마지막에는 향신료가 조금 힘들긴 하였다.

△ 마살라 차이(Massla Chai)

 

다음날, 인도여행의 첫 답사는 무굴 제국(Mughal Empire) 제5대 황제 샤자 한(Shah Jahan)이 건립한 마스지드-이 자한 누마(Masjid-i Jahan Numa)라는 인도의 최대 모스크(Mosque)였다.

지금은 자마 마시지드(Jama Masjid)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동·북·남쪽의 계단을 이용해 각 관문을 통과하면 모스크로 들어설 수 있게 계획되었다.

이렇게 들어선 모스크는 붉은 사암으로 마감된 약 75m×65m의 직사각형 형태의 안뜰이 나오며, 각 모서리에는 4개의 탑과 모스크 양옆으로 높이 약 41m의 첨탑이 솟아 있다.

모스크는 붉은 사암과 함께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기도공간의 바닥은 흰 대리석 바탕에 검은 대리석을 피에트라 두라(Pietra dura, 상감세공)기법으로 장식되어 있다.

아쉽게도 부분 공사 중인 곳과 관람객의 접근을 막는 곳이 있어 모스크의 탑 등으로 출입은 할 수 없었다.

△ 자마마시지드(Jama Masjid)

 

다음 목적지는 붉은 요새 단지(Ref Fort Complex)로 이 건축물도 샤 자한이 새로운 수도인 샤자하나바드(Shahjahanabad)의 궁전 요새로 건설되었다.

붉은 요새는 낙원의 흐름(Stream of Paradise)라 불리는 수로를 따라 만들어진 높이 18~33m의 거대한 붉은 사암 방어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안에는 궁전, 연회실, 모스크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디완 이 암(Diwan i Am)은 청중의 홀로 불리면 샤 자한이 대중을 맞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했던 요새의 대표적 건물이다.

무굴 제국의 마지막 번성의 결과로 그 시대의 창의성과 정점에 있는 대표적 건축물들이 건설되고 권력의 상징이었던 곳이며, 인도의 역사와 독립으로 기념되는 장소로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 붉은 요새 단지(Ref Fort Complex)

 

날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그리고, 무덤으로 향했다... 무덤?

후마윤의 묘(Humayun's Tomb)라 불리는 무굴 제국 제2대 황제 후마윤의 무덤이 있는 건물이며, 샤르바그(Charbagh)라는 쿠란(Quran)에서 언급된 네 개의 정원을 산책로나 흐르는 물에 의해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배치한 기념비적인 규모의 시설이다.

푸른 잔디와 이색적인 건물의 느낌이 묘한 조화로움이 있다. 그렇게 정원을 돌아보던 중 이곳으로 견학 온 학생들과 마주했다. 너무 해맑은 미소와 인사에 이곳이 무덤이 맞나? 이들에게 이곳은 어떤 장소일까? 라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 후마윤의 묘

웃는 학생들

 

둘째 날 답사의 마지막 장소인 아그라 요새(Agra Fort)에 도착했다.

1638년까지 무굴 왕조통치자들의 주요 거주지로 사용되었던 곳이며, 성벽 길이가 약 25km, 높이가 30m에 이르고 해자를 건너 진입하게 되어 있는 난공불락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그라 요새 또한 샤 자한이 개조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어 놓았으며, 녹음과 하얀 대리석, 붉은 사암의 조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샤 자한이 그의 아들인 아우랑제브(Aurangzeb)에 의해 유폐되어 말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아그라 요새에서 야무나 강(Yamuna River) 너머로 내일 방문하게 될 타지 마할(Tāj Mahal)이 바라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아들의 마지막 배려였을까?

△ 아그라 요새(Agra Fort)

 

또다시 새벽 기상! 바쁘다 바빠~

샤 자한이 사랑한 왕비 아르주만드 바누 베굼(Arjumand Bānū, 또는 몸타즈 마할(Mumtaz Mahal)로 불리는데 의미는 ‘왕국의 보석’)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타지 마할에 도착했다.

답사 전날 아그라에 도착하여, 늦은 저녁 호텔 근처에서 공연하는 샤 자한과 몸타즈 마할의 오페라(Opera)를 보고 방문한 까닭인지, 혹은 최근 들어 미디어의 노출이 많아서였는지 낯선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타지 마할을 향하는 정문을 들어서 마주하는 순간.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느낄 수 없는 여행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특별한 말이 필요가 없다. 건축적인 설명이나, 언어나 양식 등은 다 부질없다. 그냥 자기 자신이 보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답이라 생각된다. 여정에 쫓겨 다시 발길을 옮기는 이 순간이 너무도 아쉽다. 과연 또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있겠지? 아마도...

△ 타지 마할(Taj Mahal)

 

그 시절 그들이 꿈꾸고 추구했던 건축의 완성은 현재의 환경과 사상으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축된 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인도라는 나라에 건축물 답사를 위해 방문하려는 생각은 크게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작은 관심과 호기심이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금 인도라는 나라의 묘한 매력을 느꼈고, 여행에 앞서 했던 걱정들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다.

답사의 이동 중 바라본 끝없는 지평선은 인도의 대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하였고, 수많은 인파와 차량의 혼잡 속에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평화로움이 보였다.

 

비록 전체 일정 중 짧은 여정에 관한 기행문이지만, 상상만 했던 현실과 마주함으로 인하여 환상은 재정립되고 이를 또다시 스스로 사유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여행지의 각 장소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는 못하였지만 중간중간 발견한 그들의 일상 공간이 또 다른 감동이었다.

이번 여행은 왠지 모를 낯섦과 작은 불안감으로 시작했지만, 밝은 미소로 맞아주었던 그들을 기억하고 떠올리며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