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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도시이야기

꽃과 미녀의 도시, 콜롬비아 메데진(Medellin) - 3 / COMUNA 13

by 운무허정도 2019. 8. 5.

-평화를 회복하다-

메데진市의 16구역 중 13구역(La comuna 13)은 마약갱단과 반군들의 주둔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였다.

지금의 'COMUNA 13'은 2002년 10월 16일 내린 Alvaro Uribe 대통령의 무장해제 명령으로 시작되었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진압작전에 의해 이곳 'COMUNA 13'이 정부군에게 장악되었고 그로부터 서서히 평화가 회복되었다.

회복된 평화는 미래의 길을 모색하게했고, 그 길의 방향은 자신들의 삶을 담고있는 그릇을 바꾸는 것(공간개선, 도시재생)이었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방향과 방법으로.

 

<진압당시 사진 / 길 한편에 진압 당시의 사진이 자랑하듯 걸려있었다>

 

초입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에스컬레이터였다.

경사가 급한 산동네라는 특성을 고려해 설치된 무료 에스컬레이터는 'COMUNA 13'을 변화시키는 결정적 게기가 되었다.

일터까지 두세 시간 걸렸던 출퇴근 시간을 단축해 주었고 길고 긴 오르막 길의 고단함으로 일거에 덜어주었다.

좁고 경사진 골목의 입구만 막으면 외부진입이 불가능했던 곳이었다. 외부와 단절된 그 속에는마약조직별로 구역이 나누어졌고, 살아남기위해 살인과 폭행이 다반사였던 'COMUNA 13'이었다.

넓지는 않지만 입구에 광장을 만들어지고 멋진 에스컬레이터까지 들어서자 공간이 변화한만큼 사람까지 변했다. 소통과 화합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시작되었다.

사람이 붐빌까봐 아침 일찍 나섰는데 이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유럽인이 많다고 했다.

 

 

놀라게한 것은 이뿐 아니다.

마약조직 간의 폭력과 정부의 진압작전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조성된 그라피티(graffiti) 때문이다.

그라피티야 도시 농촌할 것 없이 우리나라 어디에나 사람사는 곳이라면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더구나 작년 2월 미국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뉴욕 퀸즈의 한 건물에 그려진 그라피티를 지운 건물주에게 675만불(한화 약 70억원)의 벌금형을 내린 사건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던 터라 관심이 더갔다.

 

'COMUNA 13' 그라피티는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작품을 하게함으로써 오늘의 결과가 있게 되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라피티의 세계적 명소와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마을 곳곳에 서있는 옹벽과 건물 외벽과 담장에 그려진 수준 높은 그라피티가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들어맸다. 사회봉사활동이나 대학생 재능기부 등으로 작품 수준이 높지 않은 우리의 그라피티와 비교되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가는 쵸타(CHOTA)라는 젊은 작가였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다녀간듯 쵸타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는 기념품 가게도 눈에 띄었다. 'COMUNA 13'이 그려진 콜롬비아 전통 모자를 하나 사서 차양모로 쓰고 다녔다.

 

<쵸타의 그라피티 작품들과 쵸타가 클린턴과 함께 찍은 사진>

 

<계단길과 나란히 설치된 미끄럼길 / 아이들 전용 놀이 공간으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운좋게 현장에서 그라피티 작업중인 젊은 작가들을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국가나 지자체의 별도 비용지원은 없으나 자신들의 작품활동 기회를 제공받는 측면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하였다.

바탕작업 중이어서 완성된 그림을 볼 수는 없었지만 'COMUNA 13'의 초입에 있는 긴 벽체의 그라피티라 실력이 검증된 작가이거니 생각했다. 만약 다시 온게된다면 그때는 완성된 그라피티를 볼 수 있겠지.

 

<작업 중인 그라피티 아티스트들>

 

주변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동양인들 모습이 신기했는지 현지인 일행이 대화를 요청해 왔다. 알고 보니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COMUNA 13' 구역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인 현지 방송국 스텝들이었다.

그는 'COMUNA 13'에 살인과 폭행이 범람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의 변화를 추적하고 기록하고 사진에 담는다고 했다.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자신들의 변화를 보기위해 찾아 왔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쓰라린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COMUNA 13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콜롬비아 방송사 직원>

 

'COMUNA 13'을  빠져 나올 때 전깃줄에 신발이 걸려 있는 특이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일행들끼리 다양한 의견이 제기 되었으나 도무지 사연을 알 수 없어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과거에는 이 주변에 마약상이 있다는 은밀한 표시였으나 지금은 단순히 재미로 걸어 놓는다고 한다. 생활 환경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전깃줄에 걸린 신발>

 

메데진시 주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하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은 과거 마약카르텔과 폭력조직들에 의해 왜곡되어 왔고 그들이 사는 공간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하지만 평화가 회복된 이후 이러한 주민의 지역사랑은 혁신적인 도시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시환경을 바꾸고 삶이 새롭게 시작된 그들의 미래에 궁금증을 품은채 짧은 탐방을 끝내고 'COMUNA 13'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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