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주민 열 분의 이야기
3) "삼십 년 넘게 한 자리에서 콩나물을 길렀다" ------------------------- 권○○
1949년생
마산합포구 교원동 무학상가 지하 수정식품
날짜 : 2015년 1월 6일
장소 : 수정식품
- 이 콩나물 공장이 이 동네에서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이 콩나물 공장 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 그러니까 원래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서 하던 거를 내가 인수 받았어요. 그때가 80년도인가 81년도인가? 그러니까 벌써 삼십 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삼십 년이 지나도 돈을 못벌었으니까 못나가고 이래 있는 거지요. 벌써 나가야 되는데... 허허. 내 앞에 하던 분도 벌써 돌아가셨고요.
- 예. 그럼 이 아파트 들어서고 난 뒤에 공장을 하셨네요?
= 그 이전에 여기가 어떤 자리였냐 하면, 논이었습니다. 이 아파트 짓기 전에는 논인데, 어떤 논이냐 하면, 농사도 지어 먹을 수 없는 구렁논, 구렁논 안있습니까? 구렁텅이, 그러니까 늪처럼 그랬어요. 그래 거기를 메워가지고 지었어요.
70년대 이전에는 이 뒤로는 전부 미나리꽝이었어요. 여기는 논이 워낙 물컹물컹 하고 해서 집을 지을 수 없으니까 유일하게 여기만 논이었습니다.
밖에 나가면 아파트 맨 저쪽으로 옹벽이 있을 겁니다. 거기가 논이 끝나는 데거든요. 그쪽에 보면 지금도 탱자나무가 있을 겁니다. 그쪽에 옛날에 기와집 몇집이 있었어요. 지금도 그쪽에 집이 하나 있는데 육십 년 됐나? 그 집에 가면 나보다 더 잘 압니다.
왜 잘 아느냐 하면 내가 여기 왔을 적에 그 분이 시집 와 가지고 시집살이를 하고 살고 있었어요. 그분이 여기 동네에 대해서는 더 잘 알겠네요. 다른 집들은 사는 사람이 전부 바뀌고 그랬는데 그 집은 사람이 안바뀌고 집만 새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 앞에 다리가 옛날에는 돌다리였는데 팔십 몇년도고? 그때 홍수가 나서 돌다리가 싹 떠내려가고 나서 새로 다리 지었거든요.
- 그 홍수 났을 때 피해가 많았습니까?
= 우리는 별 피해가 없었어요. 이 공장 옹벽까지 돌이 치고 들어와서 다 깍여 나갔지요. 이 옹벽이 워낙 두꺼워서 그걸 차고는 못들어왔지 안그랬으면 여기도 피해가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 앞에 다리 있던 밑으로는 싹 쓸어버렸어요. 그때가 내가 여기 인수하고 난 뒤일 겁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 아파트 짓고 난 뒤로 내가 공장에 들어왔는데 그때 인수받을 적에는 이 상가가 또 뭐였냐 하면 방공대피소였어요. 대피소...
- 민방위훈련?
= 그렇지요.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이 된 겁니다. 지역주민을 위해서 쓴 거죠. 상가에 지하가 있으니까요.
- 그 당시에 여기 상가에는 어떤 가게가 들어왔습니까? 작은 공장은 주변에 없었습니까?
= 주로 잡화점이고 또 고무신, 어물전, 그런 게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상가가 형성이 잘 됐는데 나중에는 잘안된 것 같습니다. 거기 대해서는 이 위에 쌀집에서 잘 알 겁니다. 바로 이 밑에 고물상 앞에 보면 주차장이 있는데 그 일대가 옛날에는 돼지털 공장이었고 가발공장도 하고 그랬어요.
요꼬 공장도 있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요. 또 이 밑에 내려가다가 도랑 이쪽에 철공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 그럼 사장님은 원래 이 동네 출신이십니까?
= 내가 원래 이 동네 출신이 아니고, 고향이 진주 산청입니다. 산청 오부면인데 뭐 먹고 살 게 없으니까 부모 뿌리치고 친구 따라서 나온 거지요.
그때가 열여섯, 열일곱 살 때지요. 내가 육십여섯이니까 약 오십 년 됐네요. 대략 65년도쯤 되는 것 같습니다. 마산에 왔다가 부산에 갔다가 서울도 갔다가 그랬죠.
여기 뒤에 보면 월남집이라고 있었습니다. 왜 월남집이냐 하면 월남 갔다 온 사람이 집을 지어 가지고 살았다고 해서 월남집이라 했어요. 그때 당시 파병으로 많이 갔다 아닙니까? 그때 돈도 벌어 와가지고 그 집을 지어 살다가 우리 숙모 한테 팔았던 겁니다.
그래 나는 숙모님 집에 와서 덤으로 들락날락 하다가 나중에 여기에 눌러 앉았어요. 그 당시는 이 근처도 그렇고 저 위에 벽산아파트 쪽에도 다 밭이었어요.
그리고 이 뒤로는 미나리꽝인데 겨울 되면 다 얼었어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얼마나 추웠습니까? 그때 나도 어릴 때니까 동네 애들 하고 앉은뱅이 스케이트 만들어 놀았죠.
나무로 앉는 판을 만들고 그 밑에 철사 대고 이렇게 만들었는데, 내 사촌형이 있어서 그 사촌형하고 스케이트 타고 놀고 그랬어요.
그 당시만 해도 여기 석교가 지금처럼 만들어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앞에 이 도랑이 참 좁았어요. 여기 도랑이 다른 이름이 없고 그냥 회원천이라 했는데 물이 맑았죠.
옛날에는 정자나무 그 위쪽으로 가면 가재도 나왔습니다. 여기서 빨래도 할 정도로 억수로 맑았습니다.
- 콩나물 키우기는 여기가 조건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 그렇죠. 원래 여기가 구렁논이다 보니까 물은 억수로 많습니다. 그러니까 콩나물 기르는데는 큰 지장이 없지요. 지하수니까 아무래도 여름에는 물이 좀 찹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그래요.
- 요새는 하루에 콩나물을 몇통이나 생산하십니까? 많이 하실 때는 언제 많이 하셨습니까?
= 아주 영세하죠. 콩나물 많이 해 봐야 열댓 통 하니까 많이 하는 거 아니고 그냥 겨우 생계나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처음 인수 맡아 가지고 할 때는 주로 어시장에 배달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여기서 어시장까지 뭘로 배달 했느냐 하면 자전차로 운반했어요. 이런 플라스틱 통이 아니고 나무통이었어요. 그때는 스물댓 통, 서른 통 정도 했어요.
큰 통으로... 그때는 큰 것 밖에 없었으니까요. 참 미련스러웠지요. 그 나무통만 해도 물 먹어서 무거운데 거기다가 콩나물까지 들어 있으니까 얼마나 무겁습니까?
그 무거운 걸 두 통 세 통이나 자전차에 싣고 선창에 갖다 주고...
- 고생 많이 하셨겠습니다.
= 그렇죠. 그때 볼 것 같으면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지요.
그 뒤에 조금 있다가 오토바이가 나왔고 그리고 조금 있다가 차가 나와 차로 운반을 했지요. 그러니까 시기 따라 세상 따라서 그래 산 거죠.
내가 살아나온 거는... 아직까지 나는 회사 회 자도 모르고 남의 집 밥 얻어 먹고 그러지는 안했어요. 처음에 와가지고 몇 년은 점원 생활 했지만 그 뒤로는 내 스스로 살았으니까요.
이 동네 없어진다고 역사를 알아야 된다고 하는데 내 이런 것도 뭐 역사가 되겠습니까?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글은 창원 소재 '도시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펴낸 창원시 마산 회원1지구 재개발사업 ‘마을흔적보존사업 실행계획서(2017)’ 중 발췌한 것이다. 지금은 이미 고층 아파트 단지가 되어버린 이 재개발 지역의 변천과정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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