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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1. 00:00

창원시 마산 회원1지구 재개발지역 이야기 - 22

3. 주민 열 분의 이야기

 

5) "서민들 사는 보통 동네에서의 조용한 기쁨" ------------------------- 최○○

1936년생

마산합포구 교원동 1-5

날짜 : 2015년 1월 7일

장소 : 자택

 

- 반갑습니다. 저기 걸린 액자는 좀 특이하군요?

= 저건 내가 우체국장 하다가 정년퇴직 했더니 누가 기념으로 준 겁니다.

청춘은 결코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다 마음의 상태이다는, 이 말은 젊다고 청춘이 아니고 늙어도 마음만 먹고 있으면 청춘이다는 뜻입니다.

정년퇴직 하더라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라는 뜻에서 내한테 준 것입니다.

- 예. 보통 동양고전에서 좋은 말을 가져와서 액자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서양 사람 이름이 적혀 있네요?

= 그렇지요. 사무엘 울만이 유명한 사람은 아닌데 저런 말을 한 모양입니다. 청춘이란 것은 젊다고 청춘이 아니고 마음이 젊으면 항상 청춘이다는 그런 말이죠.

- 그럼 선생님께서는 이 동네에는 언제쯤 오셨습니까?

= 내가 이 집에는 1997년 6월달에 들어왔어요. 그러니까 여기 온 지도 만 18년이 됐네요.

- 거의 20년 가까이 되었네요. 그럼 퇴임하시고 나서 집을 사가지고 오신 거네요?

= 그렇지요.

- 이 동네가 처음 여기 오셨을 때와 지금하고 큰 변화가 있습니까?

= 똑 같습니다. 하나도 안변했어요. 이 근처는 딱 그대롭니다. 이 집도 옛날 그대로 입니다. 원래 집에다 샤슈만 새로 했는데 이것도 내가 한 게 아니고 전에 살던 사람이 이렇게 해 놓은 거예요. 샤슈를 달아놓으니까 난방도 되고 그래요. 안 그러면 추워서 안되지요.

저 마당에 있는 정원수도 내가 심은 게 아니고 다른 사람 것입니다. 이 앞에 솔나무까지만 내 거고 나머지는 원래 땅주인 겁니다. 나는 집만 샀어요. 그러니까 이쪽은 대지고 저쪽은 밭입니다. 등기상으로는 전으로 되어 있어요.

- 이 동네에서 이십여 년 가까이 사시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까?

= 아무런 특별한 일도 없었어요. 큰 사건도 없었고...

- 동네가 좀 조용한 편인 모양입니다.

= 아닙니다. 이 동네가 좀 시끄럽습니다.

하하. 뭐 그렇게 크게 시끄러운 일은 없었지요. 또 보면 전부 서민들이거든요. 집도 터가 몇평밖에 안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살면 되는데 아파트 지어 놓으면 들어가 살려고 해도 돈이 없어요. 돈을 더 넣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입니다.

- 그러면 퇴임은 어디에서 하신 겁니까?

= 여기 상남동우체국(아래 사진)에서 국장 하다가 퇴임 했어요. 이 우체국으로 들어오면서 살 곳을 물색을 했지요.

상남동우체국도 역사가 오래된 우체국이고 또 큰 우체국이 석전동에 하나 있고 경찰서 앞에 또 하나 있지요. 거기는 서기관 우체국입니다. 또 남성동에도 우체국이 있는데 내가 거기 있다가 이리로 와서 여기서 정년퇴직 했어요.

 

 

우리는 한 사람을 한 군데 오래 안놓아 두거든요. 한 삼 년 주기로 로테이션 시킵니다. 왜그러냐 하면 한 군데 오래 놔두

면 아는 사람 많아지고 그러면 부정을 저지를 소지가 생기니까 그걸 아예 차단하려고 하는 겁니다.

우체국도 세월의 변화에 따라 엄청 변했습니다. 옛날에는 일이 많아서 상당히 바빴는데 요즘은 전에 맨치로 그렇게 안바쁘지요. 일반 국민들이 편지를 안써잖아요. 옛날에는 전부 편지 아닙니까? 요즘은 편지가 없어요. 뭐 통지서 보내는 것 말고는...

옛날처럼 안부 묻고 그런 거는 전화로 하지 누가 편지 보냅니까. 그래서 우편물량이 싹 줄어들었어요. 요즘에는 금융 편리함 때문에 우체국 왔다갔다 하는 거죠. 우체국이 제일 낫잖아요? 이자가 좋은 건 아니지만 국가에서 직접 하니까 신뢰성이 있지 않습니까?

일반 금융기관 말고 신협 같은 그런 데는 안그렇습니까? 만약 부실하게 되면 몇천만 원까지만 보장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그 이상은 힘든 겁니다. 그런데 우체국은 국가에서 하니까, 우스개소리로 김정일이가 온다 해도 국가에서 보장하는 거니까요. 하하.

- 우체국에는 언제 처음 들어가셨습니까?

= 정확한 거는 내 수첩을 봅시다. 나는 이런 거 적어 다녀요. 혹시 어디 쓰고 할 일이 있을까봐.

1966년 1월달에 서울저금보험관리국에 국가공무원으로 그 당시에 5급 공무원으로 들어갔어요. 요즘으로 치면 9급택인데 그 당시는 5급이라 했어요.

- 그럼 처음에는 서울에서 근무하셨네요?

= 공무원 첫 출발은 서울에서 했죠. 실력이 좋으니까 서울에서 근무한 거죠.

하하. 그 당시에 5급 공무원 모집공고를 내면 시험을 치기는 도별로 모아서 쳤습니다. 전국에서 도별로 시험을 치고 나면 합격자들은 국가공무원이니까 총무처에서 총괄관리를 하거든요.

요즘은 총무처라 안하고 행정자치부라 하지만 옛날에는 총무처라 했어요. 그래 공무원이 되어 가지고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마산전화국으로 왔어요. 분수로타리 있던 데 거기 근무했어요.

그래 전화국에 칠팔 년 있다가 우체국으로 갔어요. 그 뒤로 기장우체국, 서생우체국, 칠원우체국, 진해우체국, 양덕우체국, 남성동우체국, 회성동우체국을 거쳐서 여기 상남동우체국에서 정년퇴직을 했지요. 그러니까 삼십 년 넘게 근무했네요.

- 그래 살아보시니까 이 동네 어떻습니까?

= 직장에만 왔다갔다 하니까 동네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별로 없었어요.

또 나이가 많으니까 친구가 별로 없어요. 이 동네에 내 또래 친구도 없고 그러니까 맨날 혼자서 집에서 책 보고 신문 보고 시조창이나 하고... 하하. 그렇게 지냅니다.

- 여기 건너편에 보니까 시조 회관이라고 있던대요 ?

= 내가 거기 다닙니다. 시조 공부하러 다닙니다. 거기 이름이 한국전통예약총연합회 마산지부인데 시조창 하는 데입니다. 내가 국창까지 졸업 다 했어요. 요즘은 젊은 사람들 한테 가서 가르쳐요. 오늘도 내가 갔다 왔는데, 제일여고 앞에 보면 금강복지회관 있죠? 거기에서 하모니카를 배우고 있습니다. 또 명상도 하고 그러는데 뭐 소일거리죠.

- 그래도 악보를 읽을 줄 알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 알죠. 하모 이걸 모르면 되는가요?

하하. 이걸 하니까 재미있어요. 이거는 계음을 모르면 안되거든요. 하모니카 배운 지는 한 일년쯤 됐어요.

- 그럼 악보 없이도 여러 곡을 연주하시겠네요?

= 그런데 계음을 알아도 악보 없이는 안됩니다. 젊은 사람들 맨치로 악보를 못 외웁니다. 그러니까 악보를 보고 불어야지요. 하하.

- 좋은 취미생활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요산산악회라고 있는데 거기서 딱 금요일마다 산에 갑니다. 옛날에는 천 고지 이상 갔는데 요즘은 나이 많다고 조금 낮은 산에 다닌다고 오륙백 정도 되는 데 갑니다.

하하. 그래도 네 시간 이상 걸으니까 좋습니다. 나댕기니까 마음이 즐겁고 그래요.

- 이 동네에 이십여 년 사시면서 동네 옛날 이야기 이런 거 들으신 거는 없습니까? 옛날에 여기 미나리꽝이 있어서 얼음이 얼고 그랬다고 합니다.

= 미나리꽝이 어디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왔을 때는 무학상가가 지어져 있었고 주변에는 밭이고 그랬지요. 그런데 마을흔적 남기기, 한다는데 여기가 옛날에 무슨 훌륭한 역사의 유적 같으면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고 보통 동네인데 뭐 할 게 있나 싶습니다.

한다고 해도 여기는 옛날에 무슨 터라고 조그만 비석 하나만 세워놓고 말아도 돼요. 그래 간단히 하면 될 걸 거기다가 무슨 거창하게 넣을 게 있겠습니까?

- 예. 맞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가 사라지기 전에 동네의 사소한 이야기라도 모아서 남기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몇 년 안에 다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설 것 아닙니까?

= 확실히 어떻게 될지 그거는 잘 모르죠. 이게 뭐 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뭐 그런갑다 하고 그냥 있는 거죠.

- 예정대로 재개발이 잘 진행되고 또 앞으로도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오늘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은 창원 소재 '도시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펴낸 창원시 마산 회원1지구 재개발사업 ‘마을흔적보존사업 실행계획서(2017)’ 중 발췌한 것이다. 지금은 이미 고층 아파트 단지가 되어버린 이 재개발 지역의 변천과정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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