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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건축가, profession인가? business인가?

by 운무허정도 2022. 6. 12.

 

70년 경부터 전국적 규모의 국토개발이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오래된 낡고 좁은 집은 대부분 헐어 없애고 그 자리에 비까번쩍한 새 건물을 지었다.

그 자체를 두고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 십 년 동안 지속된 개발논리는 건설업에 기초한 국내의 산업구조 덕택에 경기호황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것은 도시산업사회로 가는 물적 팽창시대의 통로이기도 했다.

그러나 폐해가 컸다.

국민들 인식 속에 ‘개발과 건설이 우리 삶을 윤택케 해주는 유일한 통로’라고 내재된 것이 가장 큰 폐해다. 개발이 마치 선(善)처럼 무엇보다 우선되고 강제되었다. 그 결과 개발선호가 태초부터 있었던 DNA처럼 우리를 지배했다. 일반인은 물론 건축가와 도시전문가도 다른 생각은 별로 갖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개발의 시대에 우리의 수많은 도시와 농촌은 마치 토막 난 생선처럼 난도질당했다. 여기에 자유로울 건축가는 아무도 없다. 미학을 이야기하고 건축의 사회성과 역사성을 논하던 건축가들까지 개발이라는 광풍에 이리 몰리고 저리 몰려 끝내 부역자가 되고 말았다.

건축은 개발과 경영의 논리에 철저히 압도당했고, 현실 속의 건축가는 건축물의 규모(설계비)만 말했을 뿐 건축의 가치에는 눈길조차 두지 않았다. 건축가 대부분이 경험했던 일이다. 인간의 가치를 생각하는 건축이 되어야한다는 근사한 헛말조차도 허허롭던 시절이었다.

직업을 뜻하는 말 중 profession과 business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

전자는 학문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 지적 직업으로, 일에 대한 가치판단을 전제로 하는 직업을 말한다. 이미 너덜거리는 직업이 되었지만 까마득한 시절 어떤 시기에는 법률가, 의사, 성직자 등의 직업을 profession이라 불렀다. 시민사회운동가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들이 하는 일의 성격이 사회적 공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후자는 예나 지금이나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는 직업이다.

profession으로서 건축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고민했던 건축가들은 많다. 이집트의 하싼 화티, 한국의 정기용, 칠레의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등을 비롯해 일일이 거명하기도 힘들만큼 수 없이 많다. 제정 43년만에 아프리카 최초로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부르키나파소 출신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Diébédo Francis Kéré, 56, 사진)도 그렇다.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는 마을 촌장의 아들이었지만 자신의 마을 간도에는 학교가 없어서 일곱 살 때 가족을 떠나 덴코도고(Tenkodogo)에서 학교를 다녔다. 케레가 다녔던 덴코도고의 학교 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시멘트로 지은 교실 안은 더웠고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100명 정도가 함께 모여 감당하기 힘든 무더위 속에서 몇 시간씩 수업을 들었다. 이때 케레는 목수 일을 배우면서 언젠가 학교를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드는 건축가가 되겠다는 다짐했다. 

10대 후반 독일의 직업학교 유학 기회를 잡은 케레는 낮에는 목수 일을 하며 지붕과 가구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밤에는 대학 진학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주경야독 생활로 20대를 보냈다. 그 노력의 결실로 1995년 베를린 공과대학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다. 건축가 케레의 본격적인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어 오늘에 왔다.

그의 나라 부르키나파소는 세계에서 7번째 빈국이다.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건축은 아예 생각도 할 수 없는 나라다. 케레는 그런 상황 속에서, 현대적 맥락과 토착적 맥락을 수준 높게 접목시켜 자연과 환경에서 소외된 공동체들이 사회적 권리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건축을 디자인하였다. 

많은 건축가들은 profession과 business 사이에서 고민한다. 물론 아무 고민 없는 이가 더 많고, 장사꾼이면서 profession 대접 못 받는다고 푸념하는 이도 더러 있다.

하지만 건축가의 이런 고민과는 아무 상관없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건축의 본질은 공공적이다.’ 이 진실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이도 없고 반대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건축가는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나는 profession인가? business인가?

현실 속에서 건축가로 사는 목적이 오직 돈벌이(business)라면 그에 맞게 사는 것이 정직하다. 그것이 건축가라는 직업의 명예를 믿고 공부하는 건축가 지망생들에게도 차라리 좋다.

건축가가 profession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 눈앞의 돈벌이를 하면서도 건축의 공공성과 역사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건축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건축가의 공공적 기능은 없다. 현실의 벽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건축의 공공성 추구가 돈벌이(business)와 대치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도움될 확율이 더 높은 추세다.

최근 들어 공공건축의 설계자 결정방식으로 현상공모가 정착되고 있으며 더 확산될 추세다. 실력은 있지만 공모에 응할 만큼의 비용이 없거나 실적이 없어 응하지 못하는 신진건축가들도 똑같은 조건에서 실력을 겨루어 볼 수 있는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한국건축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 제도를 만들고 정착시킨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 

이런 건축계의 변화를 타고 능력 있는 건축가가 많이 발굴될 것이며,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좋은 건축가를 많이 가진 사회일수록 시민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profession으로서의 건축가들이 많이 탄생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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