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3월 29일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안전사고, 답은 하나뿐
77일이면 기억 지우기에 충분한가? 아니면 이미 기억에서 사라졌는가?
지난 1월 11일 오후, 굴지의 건설사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한 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 층인 39층 옥상 콘크리트 타설 중 거푸집이 내려앉자 그 아래 무려 16개 층의 바닥 슬래브가 마치 죽을 부은 것처럼 쏟아졌다.
범벅이 된 콘크리트에 묻혀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지막 시신이 수습된 것은 사고 후 30일이나 지난 뒤였다.
현장소장과 실무직원 세 명이 구속되었다. 세 사람 모두 사고현장의 건설기술자들이다. 물론 기업도 경제적 법적 책임을 지겠지만 기업 규모에 비해 그리 대단한 수준은 못된다.
그래서 하는 질문이다. 사고책임은 현장 기술자 몫인데, 건설공사의 수주는 건설회사가 아니면 못하는 현행법에 대한 것이다. 이 법은 기업시스템이 안전사고를 비롯한 공사전반을 통제 관리하라는 의미로 제정되었을 터이다.
하지만 현실은 공사수주 권한만 기업에 있고 사고책임은 건설기술자 개인이 진다. 그렇다면 건설회사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싱가포르 건설노동자 10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는 1.1명이다. 같은 해 우리는 4.6명이었다. 무려 4배가 넘는다. 싱가포르의 건설안전규정과 안전시설물 수준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오히려 우리 수준이 높은 것도 많다.
그런데 안전사고 발생률은 왜 우리가 싱가포르보다 4배 이상 높은가. 이유는 법 적용의 차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싱가포르의 법 집행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일벌백계,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원칙에 따라 집행한다. 어떤 경우 누구라도 예외가 없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1명이라도 사망하면 기업대표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과거에 비해 매우 엄한 잣대다.
하지만 이미 경제계에서 대통령 당선자에게 법 개정을 요구해, 이 법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다.
이번 광주 붕괴사건 후 현산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며 회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 말에도 냉소적인 이가 많다. 회사가 그의 것인데 회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작년 6월 9일에는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통째로 도로를 덮쳐 시내버스를 탔던 시민 9명을 죽였다. 그 때도 현산이었다.
현산의 이 두 사고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건설업 등록말소’를 규정한 83조 제10호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딱 들어맞는다.
이 정도면 건설업 등록말소가 맞다. 영업정지 몇 개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법이 정한 등록말소가 맞다. 이 와중에 현산은 2월 초 수천 억대 아파트 공사를 보란 듯이 수주하였다. 사망한 여섯 분 중 마지막 매몰자 시신도 찾지 못했을 때였다. 자신들 때문에 죽은 이의 시신수습도 못한 자들이 또 다른 공사를 딴 것이다. 그 뒤도 현산의 아파트공사 수주는 계속되고 있다.
시간 지났다고 유야무야해서는 안 된다. 엄정한 법 집행만이 답이다.
안전사고 줄이는데 이 외 다른 방법은 없다. 법 집행이 엄정해야 안전사고가 줄어들고, 그럴수록 우리 건설업체의 국제적 신인도는 더 높아진다.
이런 참혹한 사고마저 관용해버리면 이 나라 미래에 안전은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선진국이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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