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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이런 식이면 통합의 미래는 어둡다

by 허정도 2010. 2. 11.


어이없는 주장이 마산시내 간선도로 한복판에 걸렸다.

‘통합시 명칭은 마산시, 청사는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마창진 통합이 눈앞에 왔고, 출범 전에 결정해야할 것도 많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통합시의 명칭과 청사의 위치 문젠데 그 결정을 여론조사로 한다는 소문을 듣고 내건 현수막이다.
현수막을 보는 순간 얼굴이 화끈했다. 마산사람인 내가 봐도 너무 염치없다 싶었다.
시내 여기저기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걸렸다.
현수막을 내건 단체명은 달랐지만  문구나 제작방법을 보니 어딘가에서 한꺼번에 의도적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여론조사용이니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창원와 진해도 마산과 같은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세 도시가 전부 이런 식이라면 이번 여론조사는 하나마나다.
나아가 세 도시가 똑같이 이렇게 자기중심적이라면 통합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자기 것만 챙기는 형제들은 한 집에 살기보다 차라리 따로 사는 게 더 낫지 않은가?

통합이 마치 다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직 첫 걸음도 못 내밀었다.
통합시의 명칭과 청사의 위치 결정이 그 첫 걸음인 셈이다.

첫걸음에서 이런 현수막을 도시한복판에 공개한다는 것, 생각해볼 일이다.
이렇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당하지도 않다.
타 도시 사람이 이 현수막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이런 자세라면, 될 통합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좋아질 것이라 믿고 추진하는 통합이지만 실패한 사례도 많다.
모든 통합이 다 성공한 것은 아니다. 성공을 기대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실패는 대체로 자신을 내세울 때 생긴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 마산 창원 진해는 없다. 통합시만 있을 뿐이다’ 는 자세가 절대필요하다.

여론조사 너무 좋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도시명칭을 여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청사의 경우는 다르다.
청사의 위치는 통합시청의 업무와 역할 등이 결정되고 난 뒤 통합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다루어야할 문제다.
만약 통합시에서는 통합시청의 권한을 줄이고 구청에서 업무 대부분을 처리하게된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통합시 청사는 클 필요도 없고 위치도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될텐데 벌써 위치를 확정짓는 것은 옳은 순서가 아니란 말이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문제지 여론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결정이 꼭 필요하다면 세 도시 중 어느 도시에 둘 것인지 합의해두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작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마산과 달리 창원과 진해시민들은 세 도시의 통합을 탐탁찮게 받아들였다.
진통 끝에 시의회가 통과는 시켰지만 두 도시의 시민들 반응은 별로였다.
하지만 마산시의회의 통합결정은 큰 잡음이 없었다.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축하 속에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통합에 대한 시민여론도 창원 진해는 50% 남짓했지만 마산은 90%에 육박했다.
통합을 원하는 강도의 차이가 그만큼 컸다.
이렇듯 통합을 가장 원했던 쪽이 마산시민이라면, 통합 후에 대한 기대도 마산시민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마산시민들이 먼저 마음을 비우고 대의를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통합적 마인드’ 이다.
자신을 강조하면 할수록 통합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자칫 잘못하면 세 도시가 반목과 갈등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진정으로 성공한 통합을 바란다면,
자기 자리에 서되 전체를 보아야 하고, 자신의 주장을 하되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