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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도시이야기

폐광을 아름다운 공원으로

by 허정도 2009. 7. 13.


원래 채탄장이었던 이곳의 소유주가 공원으로 복원할 것을 시에 제안하여 조성하게 된 곳이다. 오페라 데 아라메 극장처럼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채 설계한 공원으로 꾸리찌바 공원사에 있어서 새 지평을 연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입구 지역에는 전망대 기능과 휴게시설을 갖춘 커다란 전망용 건축물과 분수대가 있고 그 밑 절벽 아래의 호수에는 오리가 노는 수상카페가 있으며 호수 물을 끌어 올린 인공폭포가 있다. 또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잘 개발되어 있었다.

개발 직 후 높은 위치에 자리 잡은 공원의 입지조건을 이용하여 주변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만들어지자 꾸리찌바 시민들은 즐거이 이곳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처음보다 많은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전망대는 반원형의 회랑식 2층 건물이었는데 이곳에서 연못과 숲 그리고 도시를 바라 볼 수 있었으며 건물 양 끝에 탑을 세워 더 높은 곳에 올라 사방을 바라보고 싶은 이를 배려하고 있었다. 적은 비용으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

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채석으로 깎여진 까마득한 절벽 아래의 큰 못 위에 수상카페가 떠 있었다. 본 사람이면 누구나 내려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만한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점심을 그곳에서 우아하게 해결하기로 하고 내려갔더니 햄버그와 음료, 맥주 등만 취급하는 패스트푸드 식당이었다. 어디서 먹으나 햄버거 맛은 왜 그리 같은지.



 식물원


커다란 공원에 인공적으로 가꾸어 놓은 꽃밭 사이의 대각선 길로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 정점에 유리로 만든 식물원과 이 건물을 위요한 반원형의 유리전시장이 시설의 전부였다. 식물원은 초라했으며 유리전시장도 조각물의 내용과 달리 건축적 장치는 초라했다.


유리를 통해 나오는 밤의 불빛이 화려하여 내부조명이 마치 동화 속의 유리 궁궐처럼 보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감을 준다는 설명과 함께 꾸리찌바를 소개하는 각종 유인물에 수록되어 있지만 여유로이 밤을 기다릴 수 없는 여행객이라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꾸리찌바 시에서는 ‘꾸리찌바 만세(Leve Curitiba)’라고 부르는 시 직영가게를 운영했다. ‘꾸리찌바 만세’란 ‘유아 및 청년 환경프로그램(PIAs)’에 의해 지역사회의 빈민 어린이, 일부학생 그리고 강사들에게 꾸리찌바의 전통적인 기술과 공예 즉, 채그릇 세공작업, 세라믹, 책 덮개, 종이기술, 무늬 놓은 두꺼운 천 만들기 등을 익히게 한 후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으로서 시에서 직영하는 상점이다. 바로 그 ‘꾸리찌바 만세’가 이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가진 여행자가 관리인에게 물으니 오래 전에 철거되었다고 답했다. 시의 모든 시도가 성공하지는 못했을 터.

 

 

가족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조깅하는 이들과 벤치에서 긴 입맞춤으로 사랑에 열중하는 젊은 연인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바리귀 공원


꾸리찌바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공원이다. 꾸리찌바 시에는 빠라나 주의 젖줄인 이과수 강과 아뚜바, 벨렝, 바리귀, 빠디아, 빠사우나와 같은 이과수 강의 지류가 흐른다. 꾸리찌바 지역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도시로 변한 것도 이 강들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인구가 집중 증가하면서 사정이 변했다. 무질서한 도시성장은 배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주변 교외지역의 신규개발을 촉진시켰으며 대부분의 하천을 복개하여 인공적인 지하수로로 바꿈과 동시에 습지와 계곡 및 수자원지역을 침식했다. 이처럼 무지한 도시 확장은 이윽고 강과 하천을 범람토록 했고 홍수가 도시를 강타하여 하천개발문제가 이도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등장하게 했다.


                              


 

시가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꾸리찌바의 하천 정책은 많은 수변 공원을 만들어 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꾸리찌바를 세계에서 가장 생태적인 도시 중 하나로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다. 바리귀 공원도 이때 만들어졌는데 동물원, 자연림 등 다양한 시설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서 꾸리찌바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원이다.


이 공원은 파벨라로 변하는 것을 두려워한 공무원들이 불과 20일 만에 개발해버린 경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마치 단기간에 군사작전을 하듯 빠르게 기반공사를 마무리했지만 꾸리찌바에는 우리네와 같이 공사 감리의 허술함이나 부실공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마침 토요일 오후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공원 외곽을 도는 자동차 길이 잘 나 있었으며 차로를 따라 숲 속 곳곳에는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시설이 준비되어 있었다.


호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수령이 많은 키 큰 나무와 그 사이사이로 잔디밭이 깔려 있었고 각종 레스토랑, 놀이터, 자전거 길 등이 잘 짜여져 있었다. 잔디 그늘에는 가족 과 연인들이 주말 오후를 느긋이 즐기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오리 모양의 작은 배를 타면서 즐거워했다.


수상 카페에서 찬 맥주를 한잔 마신 후 천천히 공원을 걸었다. 호숫가 키 큰 나무 그늘 아래 잘 가꾸어진 잔디 위를 걷는 맛이 일품이었다.

간혹 연인들의 선탠과 자전거를 세워 놓고 털썩 잔디 위에 주저앉은 아이들도 군데군데 눈에 띠었다.


       


 

공원을 찾은 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베드로’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41세의 남자는 아내와 고등학생인 아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딸과 함께 잔디 그늘에서 오붓한 시간을 나누고 있었다. 부부가 모두 치과의사라고 했다.


도시로서의 꾸리찌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브라질의 경제적 인구분포를 보면  빈민이 자장 많고 그 다음이 중산층, 소수가 부유층이지만 다른 도시와 달리 꾸리찌바는 중산층이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하면서 이런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고 했다.


시가 빈민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지는 않느냐고 물으니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다.


부인은 특히 꾸리찌바의 버스 제도에 대해서 자랑을 많이 했다. 그래서 두 분도 버스를 이용하느냐고 물었더니 전에는 많이 탔으나 최근에는 타지 않는다고 하면서 고등학생인 아들만 탄다고 했다.


두 부부는 꾸리찌바 시가 도시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북쪽 도시에 살다가 11년 전에 꾸리찌바로 이주했는데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한가하게 공원 그늘에서 주말을 즐기는 네 가족의 만족감 속에는 아름다운 도시환경이 일조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원 곳곳에서 조깅과 배구 등 주말 오후를 운동으로 즐기고 있었다.



      에필로그


단지 가벼운 지적 호기심만으로, 비행기를 네 번씩이나 갈아타며 집 떠난 지 37시간 만에야 겨우 도착하는 이 낯선 도시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내가 살아야할 우리 도시를 생각하며 시작한 걸음이었다.

‘도시의 비전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해보기 위해 스스로 택한 여행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에서 당초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꾸리찌바가 우리네 도시와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꾸리찌바 역시 말로 들었던 것처럼, 책과 그림에서 보았던 것처럼 ‘꿈의 도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역사 속의 모든 인간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가 언제나 ‘내일의 도시’였듯이 꾸리찌바는 내일을 기다려볼만한 ‘희망의 도시’였음은 분명했다. 이 도시를 디자인하는 사람들과 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평등뿐만 아니라 인간적 사회적 평등까지 도시 속에서 찾고 있었고 도시정책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사명감과 비전을 품고 있었다.

그 비전은 이 도시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시민의 가슴에 담겨 있었고, 2-30년 이상 한 가지 일을 한다고 하는 교통전문가의 담담한 말 속에 묻어나왔다.

거기에는 우리가 쉽게 넘지 못할 경계가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