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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도시이야기

삶의 질을 고려하는 도시계획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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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 [도시 이야기] - 삶의 질을 고려하는 도시계획

□ IPPUC (도시계획연구소)

                                

                                


IPPUC의 리아나 벨리쉘리(Liana Vallicelli)를 만난 것은 1월 18일 오전 9시 30분경이었다. 건축가이며 도시계획가인 그녀에 대해서는 ‘꿈의 도시 꾸리찌바’ 255쪽에 잘 묘사되어 있다. 단지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도시전문가가 아니라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삶의 질에 관해서까지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직접 만나 꾸리찌바 도시정책의 계획과 결과, 그리고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 자신감찬 목소리와 눈매를 보고 그녀가 매우 능력 있는 전문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제작되어있는 파워 포인트 자료를 이용해 약 두 시간 동안 설명하였다. 이미 책을 통해 읽었던 내용이라 설명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매우 진지하게 설명했으며 20년 이상 IPPUC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꾸리찌바 시가 빈민복지와 도시환경 둘을 동시에 겨냥한 지역 화폐 성격의 전표의 사용 상태를 물었더니 현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화폐란 주민들이 환경쓰레기 혹은 폐기물을 수거해 오면 그 양에 따라 전표를 주는데 그것으로 식품을 교환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그녀는 이 제도가 빈민들의 식생활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면서 브라질인은 쌀, 팥, 야채 등이 주식인데 빈민들은 이 외의 것을 먹을 기회가 없지만 이 프로그램으로 과일, 감자 등을 비롯한 다른 영양소가 있는 음식물의 섭취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 효과 외에 쓰레기 수거로  환경개선도 되고 환경교육도 된다고 했다. 한 방법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꾸리찌바의 문제점으로 인구와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도시 사정이 열악해 질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역사 및 문화 보존에 주안점을 둔 도시 관리를 하고 있는데 도시가 급격하게 변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도시의 정체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도 우려했다. 그 예로 함부로 나무를 베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꾸리찌바에서는 좋은 나무가 있는 지역은 특별한 인센티브를 주어 나무를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나무가 아니라 유적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했다.


설명이 끝난 후 내가 미리 준비해간 20여 개의 질문서를 이용해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녀는 도시의 물리적 문제 외에도 환경개방대학,  빈민을 위한 주상복합 주택단지(Vila de Oficios)의 운영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업무와 관심의 폭이 아주 넓었다.

3시간에 걸친 설명과 토론이 모두 끝난 후, 가지고 있던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보여주었더니 책의 저자를 알고 있다면서 표지를 복사하고 싶다고 했다.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던 터라 한국으로 돌아가 책을 한 권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리아나 벨리쉘리와의 오전 미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잠깐 쉰 뒤, 오후 2시에 다시 IPPUC를 찾았다. 이번에는 URBS(도시공사)의 연구원인 이스마에우 프란사(Ismael França) 씨를 만났다. URBS는 IPPUC 건물 내에 있었다.

                     


 

그는 먼저 꾸리찌바의 교통체계를 소개하는 비디오테이프를 한 개 틀어 주었는데 한국어로 제작된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제작한 것이라면서 작년에만 해도 한국에서 160여명이 다녀갔다고 했다. 테이프는 URBS에서 제작한 것이라면서 내게 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교통전문가인 이스마에우 프란사는 주로 자신의 연구 분야인 교통문제에 대한 이야기했다. 꾸리찌바의 버스체계는 철저히 전산으로 계량됨으로써 버스요금이나 관리비, 효능 등에 차질을 없앤다고 하면서 전날의 수입금은 다음날 오후 2시까지 정확히 보고 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수년 전부터 꾸리찌바 시가 집중적으로 관심가지고 있는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배려에 대한 설명을 많이 했다.

노약자는 모두 시에 등록하고 시가 발부한 사진이 부착된 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으며 장애인 택시도 1991년부터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을 위한 공공차량을 42대 준비하여 어린이 장애인은 집에서 학교까지 언제나 무료로 데려다 주며 정기적으로 시내에도 태우고 가는데 이 차의 이용자는 2,200명 정도라고 했다.
 

버스를 무료로 사용하는 시민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장애인의 동행인, 우체국 직원, 제복을 입은 경찰, 법원 직원 등 20만 명이며 학생은 절반을 받는다고 했다. 만약 무료탑승을 없애면 지금의 버스 요금 1.6리얄에서 1.4리얄로 내릴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는 2.5인 당 자동차 1대이지만 날로 늘어나는 자가용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중산층도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IPPUC 연구원들도 대부분 버스를 이용하고 자신도 마찬가진데 그 이유는 버스가 훨씬 편하고 빠르고 싸기 때문이라 했다. 초기에는 자가용 타기를 원한 적도 있으나 버스 시설이 점점 좋아지면서 사정이 바뀌었다고 했다.


자전거 도로는 전 도시에 120 킬로미터 있지만 출퇴근용보다는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날씨 및 지형 때문에 레저 외에 출퇴근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교통체계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와도 리아나 벨리쉘리와 마찬가지로 설명이 끝난 뒤 미리 준비해간 질문지를 이용해 질문과 답변 식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끝나기까지는 역시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는 나의 꼬리를 문 질문마다 세심하게 성실하게 응했다.


꾸리찌바 시민들은 도시계획전문가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초기에는 시민들에게 의심받는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종 질문을 던졌다. 기존 도시들, 특히 한국의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고.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도시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고 답하면서 ‘거시적으로 정확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고, 일단 세운 계획은 시장이나 담당자가 바뀐다고 해서 수정해서는 안 된다, 꾸리찌바는 30년 전의 계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도 안 된다, 나 역시 20년 이상 이곳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주 단호하게 답했다.


IPPUC(도시계획연구소)는 그 이름에 걸맞게 품격을 갖춘 건물과 정원이 갖추어져있었다. 정문 입구에서는 미리 예약된 방문자들만 출입을 허용하고 방문자임을 확인하는 스티커를 한 점씩 발부했다.

오전과 오후 두 번 씩 IPPUC를 찾았는데 그 때마다 택시기사들이 한번의 설명으로 별다른 표시간판도 없는 이 연구소를 쉽게 찾아가는 것으로 보아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IPPUC-

무계획적으로 성장해 온 꾸리찌바에 근대적 도시계획이 처음 시도된 것은 1943년 프랑스의 유명한 도시계획가이자 건축가였던 알프레드 아가쉬에 의해 입안된 일명 ‘아가쉬 계획’이었다.
 
주거지에 둘러싸인 중심지역을 핵으로 환형도로에 방사형 도로를 연결한 교통체계를 제시한 이 계획의 기본 원칙은 중심상업업무지구를 강화한 고전적인 개념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브라질에서 일기 시작한 자가용 붐과 공공자금 부족으로 이 계획에서 제시한 물리적 경계가 지켜지지 못하고 도시는 무분별하게 교외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가쉬 계획은 그 이후에도 도시의 골격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근간이 되었다.


1964년 아가쉬 계획을 수정한 ‘예비도시계획’이 마련되었고 이것을 기초로 ‘꾸리찌바 종합계획’이 입안되었는데 이 계획을 집행하면서 도시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1965년 도시계획연구소(IPPUC)가 창립되었다.


도시학자 자이메 레르네르 소장과 우수한 기술자들이 한 팀이 된 이 연구소에서는 ‘꾸리찌바의 내일’이라는 지역 순회, 주민 참여 형의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렇게 완성한 꾸리찌바의 종합계획은 우리의 도시계획과 접근방식에서 차이가 많다.


교외에 베드타운이라 부르는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고 도시의 외연적인 확산을 유도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체증을 비롯한 수많은 도시문제는 도로의 규모로서 해결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다.

그러나 꾸리찌바는 중심 도시의 물리적 확장을 제한하고 상업․서비스와 주거기능은 중심지로부터 ‘구조적 교통축’을 따라 선형으로 확대되도록 도시발전 기본방향을 잡았다.


또한 이러한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이 토지이용계획에 따른 성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정확하고 올바른 원칙에 따라 계획을 마련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감으로써 성공에 이르러 현대 도시사에 길이 남을만한 사례를 남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