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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도시이야기

지하철 건설비용의 1%로 완성한 대중교통은?

by 허정도 2009.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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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교통체계와 원통형 버스 정류장


꾸리찌바를 이해하는 열쇠는 도시의 도로망과 대중교통체계를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꾸리찌바의 도시성장은 5개의 주요 간선교통축을 따라 이루어졌다. 애당초 꾸리찌바 시의 계획에 따르면 간선교통축의 도로는 다른 가로와 달리 폭이 60m나 되는 광로였다. 그런데 이런 광로 계획은 도로 폭의 확장과 신설을 위한 토지수용에 막대한 재정을 투자해야만 한다. 그래서 꾸리찌바 도시계획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비용에 대해 효율적인 대안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꾸리찌바 시가 국제사회에 자랑할만한 ‘3중 도로시스템’이다.

‘3중 도로시스템’이란 평행한 도로 3개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사용되는 것으로서 중앙도로는 중심부에 2개의 급행역류버스 전용차선이 있고 양측에는 자동차 차선이 배치되어 있으며  중앙도로 양쪽으로 각각 한 블록씩 떨어진 2개의 도로에는 승용차, 일반버스 그리고 트럭을 위한 고용량의 일방통행로가 운행되고 있다.

이 세 도로가 하나의 교통시스템으로 관리되는 것이다.




 

                    

 

대부분이 일방통행로인 꾸리지바의 창조적인 교통시스템은 우리나라의 도로체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효율적이다. 꾸리찌바 시내 모든 교차로의 교통신호는 철저하게 2단계로 운영돼 우리의 3-4단계에 비해 교차로 용량이 거의 1.5-2배이고 신호 대기 시간은 불과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꾸리찌바는 지하철이 없다.

엄청난 재원과 오랜 시간 그리고 역 근처의 일부 시민만 혜택을 입는다는 이유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들은 지표면 위에 있는 버스를 어떻게 하면 지하철과 동일한 효력을 갖추게 할 수 있을까하는가에 집중적으로 관심했다.

그런 고민 끝에 이미 20여 년 전, 버스 전용차선을 도입했으며 나아가 이용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원통형 정류장을 개발했다.


                        

 

꾸리찌바 하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원통형 정류장이기에 이 시설을 길에서 보는 순간 ‘아, 내가 구리찌바에 와있구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승객이 버스에 승차하기 전에 운임을 지불하는 형식의 이 정류장은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이 캔을 눕혀 놓은 형상에서 착안한 것이다. 맑은 곡면 유리로 단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로서도 가치가 있었다. 버스 바닥 높이와 맞춘 정류장 바닥은 두 단의 계단으로 오를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도착하는 버스 출입구에서 정확하게 바닥판이 튀어 나와 버스와 정류장의 바닥을 연결시켜 주었다. 버스를 타고난 뒤 요금 내는 시간과 버스를 타기위해 계단 오르는 시간을 절약한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승하차의 동선도 구분되어 있었다.

당초에는 없었던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시스템은 추가로 조성하고 있었으며 ‘사회적 요금’이란 이름 아래 이용거리 상관없이 단일요금체계도 확립했다.


버스는 직행, 지구간, 지선, 급행 등 노선과 기능이 차의 색깔로 구분되고 있었는데 이들 중 급행이중굴절버스는 직행버스로 별도의 버스전용구간으로만 다니기 때문에 속도가 아주 빨랐다. 실제로 같은 거리를 택시로 나갔다가 들어 올 때는 굴절 버스를 탔는데 속도가 택시보다 느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빠른 듯 했다. 500m에 정류장이 하나 씩 있었기 때문에 자주 정지했지만 타고 내리는 속도가 워낙 빨라 지체하는 시간을 느끼지 못했다.

지하철 건설비 80-100분의 1 정도로 저렴한 시설비용만으로 매일 18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함으로써 꾸리찌바 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히오데자네이루의 지하철 승객과 비슷하고 뉴욕의 버스 승객보다 더 많은 승객을 수송시키며 워싱턴보다 더 많은 승객을 1㎞ 당 100-200배 더 싼 값에 수송한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볼보자동차회사에서 제작한 붉은 색의 굴절버스 안에는 친절하게 붙여 놓은 스텐레스 쓰레기통과 함께 이용자를 배려하여 손잡이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이즈는 꾸리찌바의 도로 사정에 맞추어 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꾸리찌바의 혁신적인 버스교통시스템은 오늘날 대부분의 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하철이나 경전철 그리고 모노레일의 필요에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수년 전에는 뉴욕시의 ‘지구의 날’ 행사 초청으로 원통형 정류장과 굴절버스 등이 옮겨져 5일 만에 그 시스템을 설치하고 2개월간 일정 구간을 왕복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이야기-

우리나라의 컴퓨터 보급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브라질의 그것은 우리에 비해 형편없다.

그런데 얼마 전 마산의 시내버스 요금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마산시는 지역의 대학에 버스요금 적절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켰다. 버스 요금 산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는 승객의 숫자. 그래서 연구를 보조하는 조사원이 승객 수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시내버스가 출발할 때 버스를 타고 일일이 승객을 센 적이 있다.

하지만 꾸리찌바에서는 승객 수는 물론 타이어 관리, 연료사용량 등 시내버스에 관한 모든 자료가 100% 전산화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정보통신망이 발달해 있고, 인구 일인당 이동전화 소유율이 가장 높으며, 인터넷 이용율과 속도가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정작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내버스의 관리는 수작업으로 하는 반면, 동일 분야에서 아직 우리보다 한참 아래 수준인 브라질의 한 도시에서 시내버스 관리 전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 진 사실의 의미를 되새겼다.

인터넷이 상업화 개인화된 우리에 비해 공공의 이익에 우선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정작 필요한 곳에는 시설수준이 앞서있다는 사실이 이국 여행자를 부끄럽게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