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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도시이야기

추석엔 산호공원 옆 효자비 한 번 둘러보세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1.

골목 효자비에서 발견한 건축적 장식의 화려함

얼마 전 산호공원에 산책 갔다가 내려오면서 우연히 건물 틈 사이로 기와지붕 용마루가 눈에 띄었다. 골목에 면하여 귀퉁이만 조금 보였다.
“도심 속에 웬 한옥이 있지 ?”하고 내려가 보았다.


▲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일주대문

정면에 일주문이 위용을 갖추고 서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솟을대문에 붙혀져 비각이 있는데 그 건축적 디테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내부에 들어가서 비문을 읽어보니 효자비를 보호하기 위한 정려각 임을 알게 되었다. 정려란 나라에서 충신·효자·열녀를 칭찬하여 그들이 살던 마을의 입구에 세우던 문이나 비로서 이 동네에서 유명한 효자를 기리는 비각이었다.

보통 시골의 마을 어귀에 신도비나 효자, 열녀비가 서있는 경우는 많이 보았는지라, 도심 속에 효자비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고, 그 건축적인 용모 또한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려각은 비석을 보호하기 위한 비각만 있는데 반하여 산호동의 정려각은 앞에 일주대문 추가로 설치함으로써 후손들이 정성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게 꾸민 것 같았다.

건축적 장식의 화려함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먼저 일주문은 기둥이 1열인 대문의 형식으로 폭은 한 칸임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공포(기둥 위나 기둥사이에 지붕면을 떠받히는 구조재 역할과 장식을 겸한 부분)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 연꽃 모양의 화려한 공포장식


처마를 내미는 면이 기둥간격 보다 서너배 되는 지붕면을 받치기 위해 방사형으로 4단 내민 구조로 되어있었다. 지붕처마는 원형의 굴도리와 네모난 민도리를 내민 2단 겹처마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내민 부분은 화려한 연꽃모양과 줄기부분을 상세하게 깎아서 단청이 칠해져 있으며 서가래와 처마 밑판에도 기하학적 문양으로 장식이 아주 화려해 보였다.


▲ 공포와 화려한 단청의 서가래 장식


특히 기둥위의 공포사이에 있는 소로(기둥사이 보 중간에 설치되어서 지붕의 중량을 받혀주는 장식재)는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위에 귀여운 도깨비 얼굴로 장식되어 아주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 인방보위에 얹혀진 거북이 등을 탄 도깨비 얼굴


정려각은 정면2칸, 측면 1칸으로 되어있었고 현판/편액은 孝閣이라고 적혀있었다. 내부에는 2개의 비석이 놓여있었다.

▲ 정면2칸 측면1칸의 정려각


▲ 비각 내부의 효자비

내부 두 개의 비석에서 하나는“孝子 金海金公重呂彰積碑”으로 적혀있고, 다른 하나는 “孝子金海金公善文彰積碑”로 비문이 새겨져 있었고 배면에는 상세한 치적내용이 적혀있었다.

공포는 정면과 측면에 세 개씩 설치되어 대문에 비해 훨씬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다. 코너부분의 공포형태는 연꽃 문양 상단에는 닭머리 모양의 장식과 대각선 방향으로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을 조각하여 단청칠이 되어있었다.

▲ 공포상단에 여의주를 물고있는 용과 닭머리 장식


아쉬운 점은 정려각 주변에 담장이 쳐져 있어서 일부러 들어가기 전에는 목조구조의 화려한 장식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잡풀이 무성하여 관리상의 아쉬움이 남았으며, 비각 뒤편에서는 불을 지핀 흔적들이 남아있어서 자칫하면 화재의 위험도 있을 것 같았다.

▲ 주변의 담장과 무성한 잡초는 효자비 관람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혹시 하는 마음에 해당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현재 지방 문화재로 등록되어있지 않아서 문중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문중의 소유라도 문화재로서 보호할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았다.

일주대문 앞에 약간의 자투리 공간이 남아있었다. 가능하다면 이 부분을 쌈지공원으로 만들고 담장을 투시형으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즐겁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대문 용마루의 훼손된 기와도 보수하고, 비문을 해석하여 정문 앞에 조그만하게 설치 해둔다면 효자비의 원래 목적인 교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효자비의 위치는 용마고등학교 뒤편 언덕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소는 산호동 530-1번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