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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8. 00:00

김형윤의 <마산야화> - 72. 법창야화

72. 법창야화

 

율산(栗山)검사의 저울질

 

마산 검사국 검사로서 인격자도 있었지마는 풍각장이 형()의 검사도 몇 사람 있었다. 그 중 대표적 인물로 율산(栗山) 검사를 들 수 있다.

이 사람은 동경제국대학 즉 적문(赤門) 출신의 법학사로 전임처가 어딘지는 기억이 안 되지만 성품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광적이었다. 그가 재임 시에 연출한 기상천외의 연극 몇 토막을 소개해 본다.

매월 21일은 관공리(官公吏)의 봉급날이라 평소의 인색하기 한이 없는 율산은 검사의 본때를 보일 양으로, 당시 소도 효(小島 孝)라는 경찰서장을 요정 망월루로 불러놓고 제법 호기 있게 산재(散財)’를 하다 취흥이 무르익자 면도칼 같은 10원권에 코를 풀어 내던지면 서장은 코 묻은 돈을 닦아 율산에게 무릎을 꿇은 채 바쳐 올린다. 이에 신명이 난 율산은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마구 뿌려 기생에게 팁으로 주니 기생은 지옥에서 부처님이나 만난 듯 그렇게 반가운 일이 없었으리라. 그들은 백배(百拜)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 이튿날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었을 무렵 검사국에서는 돈 받은 기생 전원을 호출하여 어제 받은 돈을 즉석에서 반납하라 하여 보는 사람들을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검사국 출입기자 중 시계가 없는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기자 쯤 돼 가지고 시계가 없어 되겠느냐하면서 원하지도 않는 자기 팔뚝 시계를 주어 물욕에 소탈한 사람이라고 우선 감심도 한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시계를 준 지 2, 3일 후에 그 기자를 검사실로 불러들여 가져간 시계는 장난으로 준 것이니 내놓으라하여 다시 받는다.

이런 일은 약과라고 할까. 피의자 취조상황을 보면 탁자에는 담배를 4, 5종 두고 해태를 피우는가 하면 금세 마꼬를 피우다 또 이내 피젼아니면 시끼시마로 갈아 피우다 피의자에게 내 던진다.

취조시엔 앉지를 않고 이리저리 거닐다가 피의자가 문()을 부인할 때면 마시다 남은 찻물을 얼굴에다 휙 뿌린다. 실로 발작의 일순이다.

언젠가 창원군 북면 사람의 고소사건이 있었다. 피고소인은 궁여의 꾀로 만족할 정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봉투 한 장을 율산의 손에 건네 주었다. 이 눈치를 챈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준 것보다 더 넉넉하게 싼 봉지로 역습을 했겠다. 이에 율산은 쌍방 뇌물을 먹을 순 없고 이해경중(利害輕重)을 저울질하고 나서 피고소인을 호출하였다. 물론 피고소인은 검사국 직원 입회하에 증회죄(贈賄罪)로 투옥할 것이로되 관대하게 할 터이니 봉투를 가지고 가라는 말을 듣고 간신히 호구(虎口)를 벗어나 밖으로 나온 다음 돈이 들어 있는 줄로만 알았던 봉투를 열어보니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터리였다고 한다.

이렇듯 뇌물이라면 대소를 가리지 않고 먹어대던 율산은 그 후 대구로 전근, 변호사로 있다가 검사 재임 시 부정 사실이 탄로됨과 동시 오촌(奧村) 검사(후 변호사)와 같은 운명을 안고 그의 고향으로 추방되었다.

 <1910년 건축된 부산지방법원 마산지청>

 

() 판사의 정직(停職)

 

부산지방 법원 마산지청(현재 지원)과 동 검사분국(현 지청)에서 세인의 눈길을 끈 일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검사국 상석(上席, 현 검사장) 검사 사건이요, 또 하나는 법원의 한인판사 사건이니 두 가지가 모두 인권에 관한 일이었다.

검사 사건이라는 것은 대정 13년께에 상석 검사 진구정 보(津久井 室)에게 일인 사기범 한 사람이 최조를 받는 동안 이 자가 검사 앞에서 대담하게도 삿대질을 수차 하자 이에 비위가 상한 진구정(津久井) 검사는 누구 앞에서 버르장 없이 삿대질을 하느냐?’ 하는 일갈과 동시에 가졌던 부채로 피의자의 손을 탁 쳤다. 이때 그 일인 사기범은 노기충천하여 최조하는 검찰관이 피의자를 대하는 태도가 친절은 고사라고 이렇게 인권유린까지 예사로 행하니 이런 검사의 취조에는 응할 수 없다면서 기피를 주장하여 상당한 물의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 이듬해이던가 그해이던가 유명한 장 판사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인즉, 북마산 성남교를 북북으로 건너는 직전에 일인의 기와공장주()란 자가 민사 사건 한인 채무자를 상대로 한 지불명령 소송재판이던가에 증인으로 출정하여, 소위 신성하다는 법정에서 일개 한인 판사쯤이야 하는 우월감으로 불손한 진술을 하므로 고얀 놈이라면서 퇴정 명령을 내리자 강호진이라는 20대의 정정(廷丁)이 끌어내려는데 반항하므로 수차 구타한 사건이었다.

그 당시 서울서 발행하던 일본의 야당계 신문 조선신문 마산특파원인 산본(山本) 기자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당황한 조선총독부 법무당국에서는 장 판사를 정직 6개월, 구타한 강 군은 파면 처분을 단행한 것이다.

 

단편(斷片) 여담

 

대정 말기에 마산법원 지청에 수재형의 경도제대 출신의 단구(短軀) 미남 예심판사 한 사람이 있었다. 설명은 기억되지 않으나 예심정에서 피고를 다루는 태도가 극히 부드럽다는 호평을 받던 사람이었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평일에는 독서 삼매경에, 공휴일에는 낚시에 열중하던 사람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한인 피고인의 판결을 잘못하여 이 오판 사건으로 한국 남단의 마산에서 평북 강계에서도 보행으로 20리 걸리는 궁벽한 초산(楚山)으로 좌천되고 말았다.

그 당시만 해도 각 법원의 판결서와 예심 종결문을 수집하여 매월 간행, 전국 법조계에 반포하여 모든 판검사의 법 운영의 신중성과 존엄성을 지키도록 독려했었는데 현재의 법관들은 어떠한지 궁금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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