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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도시이야기

창의적 도전 필요한 민선교육감

by 허정도 2009. 11. 11.


어제 오후,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학교운동장을 찾아보자’ 라는 제목의 작은 토론회에 참석했다.
네 시간이나 차를 타고 왔다는 두 분이 발제를 하고 세 분의 전문가가 토론자로 나섰다.
소박했지만 중요한 주제였다.
요즘 점점 확산되는 ‘학교운동장 인조잔디’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운동장 형식’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인조잔디' 이야기다.
‘인조잔디는 유해할 뿐 아니라 수명이 7-8년이라 앞으로 애물단지가 된다’게 핵심이었다.
파워블로거 마산YMCA 이윤기 부장이 쓴 글
http://www.ymca.pe.kr/385  http://www.ymca.pe.kr/389  두 개가 있으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음은 '학교운동장의 형식'.
발제는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김인호 교수가 맡았다.
건축가 시절,
학교설계를 할 때 마다, 학생들에게 학교건축에 대해 강의할 때 마다 했던 이야기를 김 교수가 똑 같이 했다. 반가웠고 안타까웠다.

우리의 초등학교 운동장.
그 멀겋게 벗겨진 맨땅 운동장은 일제 때 군복입고 칼 찬 교장이 구령대 위에서 호령하던 식민지 시절 도입된 일제의 산물이다.
칼 찬 교장도 군사훈련도 벌써 없어졌지만 일자형 건물과 넓은 운동장은 지금도 건재하다.

전교생이 고루 사용하지도 않는다.
6학년 남학생 중 축구 좋아하는 아이들만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황당한 공간’이라고도 했다. 운동을 잘 못했던 나는 그 운동장의 한 복판에서 뛰어본 기억이 없다.

매주 열렸던 전체조례도 요즈음은 교실에서 방송으로 하니 운동장 사용할 일이 더 없어졌다.
체육시간에 사용을 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저렇게 클 필요는 없다.

‘일 년에 한두 번 운동회할 때 외에 늘 놀고 있는 저 땅을 활용해야 되지 않는가, 일본에서도 저런 운동장은 없어져 가는데’ 라고 김 교수가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운동장을 숲으로 만들어 보자고 했다.
국내 사례(포천 추산초등학교, 남양주 광동중학교 등)들과 특수학교인 성남 혜은학교숲의 치료효과와 교육효과도 소개했다.
비오톱(Biotope)까지 조성된 영국, 독일, 미국, 캐나다, 일본의 학교숲도 보여주었다.
학교운동장 한 개를 숲으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대충 12억 정도라고 했다.


                              <학교 숲에서 즐기는 아이들>


                               <학교 숲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


그냥 듣고 지나칠 내용이 아니었다.

진지하게 생각해볼 말이었다.

아이들의 공간인데, 아이들에게 무엇이 유익한지 생각해본 적 없지 않은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학교 운동장은 원래 그런 것인 줄 알고 지나쳤지 않은가?
멀겋게 벗겨진 맨땅 운동장이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우는데 해가 되지 않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지 않은가?
21세기를 사는 아이들한테 20세기 어른들이 못할 짓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경남에는 마산 월영초등학교에 '학교숲가꾸기' 시도가 있었고, ‘모델학교숲’에 선정된 마산진동초등학교에서 다음주 화요일(11월 17일) 내부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 학교 숲은 운동장 한쪽에 소규모로 하는 것.
운동장 전부 혹은 많은 부분을 숲으로 할애한 사례는 없다.

그래서 경남교육청에 권한다.
도내 몇 도시에 시범학교 한군데 씩 정해서, 휑한 운동장에 나무 심고 잔디심고 텃밭 가꾸고 연못도 넣어 근사한 숲으로 꾸며보기를.

관리는? 운동회는? 모기떼는? 조기축구회는?
온갖 예측 미리하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 도시에 한 학교만 해보자는 거니.
문제가 생기면 답은 찾으면 될 것.

이것이야 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전형 아닌가?
창의적 도전이니 나쁠 것 없다 싶다.
민선 교육감이니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