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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도시이야기

『진해』(1912) - 45. 야점(夜店, 요미세)

by 운무허정도 2025. 7. 14.

45. 야점(夜店, 요미세)

진해 신시가지 밤의 광경을 화려하게 하고 있는 것은 남십(南辻, 미나미츠지), 중십(中辻, 나카츠지), 북십(北辻, 기타츠지) 세 군데에 매일 밤 만등(萬燈, 수많은 등불)처럼 나란히 들어선 야점(夜店, 밤에만 나오는 노점)과 놀랄 만큼 많은 남녀노유(男女老幼)의 구경꾼 무리이다.

눈사태같이 밀려오는 군중들 사이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은 고물, 일용잡화, 담배, 기모노 원단, 도자기, 분재, 음식물 등이며 없는 것이 없을 정도라 하겠다.

기타츠지 광장에는 야외마당, 유예(遊藝, 놀이와 즐거움을 위한 거문고(), 샤미센(三味線), 무용, 다도회, 꽃꽂이 등)가 벌어져 꽹과리나 북을 치며 손님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서 나왔는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붐벼 발을 밟느니, 들이박느니, 고함지르느니, 울어대니 하여 그 넓은 세 개 길도 발 디딜 곳이 없는 동네가 되어 버린다.

그 야점 구경의 여파는 야점이 아닌 보통 상가에도 영향을 미쳐 각 상점도 상당한 벌이가 된다고 한다.

이 점은 매지정(梅ヶ枝町, 우메가에쵸, 매지정(枝町, 우메가에쵸)은 홍매정(紅梅町), 고바이쵸)와 약송통(若松通松通, 와카마쓰도오리)를 잇는 샛길로 '우메가에(梅枝)'는 일본 전통예능인 노(), 고토() 곡명에 주로 사용되며, 한글 독음으로는 '매지정'으로 부름. 현 회현동 일대) 다이욘토오메이(第四東明)의 주인 구로이와 도지로黒岩東次郞)씨가 고장 진흥책의 하나로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인데, 이것 덕분에 상당한 수입원을 얻게 된 가난한 집안 자제나 골목가게 아주머니도 있다고 전해 듣는다.

한창 더운 여름 저녁의 산책으로 이 야점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이며, 여러 상품이나 야외마당을 보노라면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도 금방 가실 것이리라.

요사이 야점이 있는 곳은 부산과 진해만이며 장소의 규모로는 반드시 부산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야점의 진열품이 거리 따라 다르다는 것을 부연해 둔다.

덧붙여 말하는데 야점 희망자는 앞서 나온 구로이와 씨에게 신청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남십(南辻, 미나미츠지) 고물품, 일용잡화 일식(一式), 담배

중십(中辻, 나카츠지) 기모원단, 도자기, 분재

북십(北辻, 기타츠지) 야외마당, 유예(遊藝), 음식물

 

진해 신시가지의 낮은 완연한 전쟁터이다.

사람의 왕래, 차나 말의 폭주, 건축 열풍 등 어느 것 하나 활기를 띠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수라장(修羅場)과 같다고도 형용해야 할 것이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모두 청신(淸新, 맑고 산뜻한)한 기운에 차 있는 것 같다. 신개지인 만큼 우물거리다가 남에게 질세라 먼저 해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가 있다고 스스로 질타하고 있는 것 같이 보여 진다.

여유로운 태도를 지닌 사람을 찾으려 해도 그런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것만 봐도 분투적인 사람들의 집합체이며, 암암리에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내지인이 활기찬 기분으로 사업에서도 그러하니 근처에 사는 한인들마저도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일까, 기특하게 착실히 돈벌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토목 공사장에서 일하는 한인들의 모습을 봐도 얼마나 그들이 수입길이 열린 것을 기뻐하고 있는지를 알아 볼 수가 있다.

내지인의 사역(使役)을 당하는 한인마저도 세상맛을 알게 되었음을 볼 수 있다.

진해의 낮은 활동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진해의 낮을 말로 표현한다면 소생은 간단하게 활동이란 두 글자로 답할 것에 주저함이 없다.

진해의 밤은 낮의 활기찬 모양에 비해 실로 유유(悠悠, 움직임이 한가하고 여유가 있고 느리게)하게 보인다.

길 가는 사람 모습도 왠지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밤이 와있는 것이니 한 판 놀자고 설명하는 듯하다.

남십(南辻, 미나미츠지), 중십(中辻, 나카츠지), 북십(北辻, 기타츠지)의 야점에는 무수한 남녀노유가 몰려들고 있고, 신이 난 듯 진열품을 바라보고 있다.

북광소로 (北広小路, 기타히로코지)의 유예나 야외마당은 인파에 들어오시라고 목청껏 소리 지르며 손님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진해좌의 연극에도 많은 관객이 들어가 있다.

당구나 바둑장소에는 매일 밤같이 애호가들이 몰려오고 시가지 유희장은 못 들어간 사람이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요릿점, 음식점은 손님이 꽉 차 신난 분위기이다.

어느 한 곳도 쏠쏠하여 기죽은 데가 없는 것 같다.

낮에는 낮대로 번화스럽고 밤은 밤대로 사람들로 붐빈다.

이 번화스러움에는 밤낮가리지 않는데 좌우지간 각자가 찾아갈 곳이 다 다르니 좋은 것이다.

낮에 사람이 많은 것은 돈벌이 때문이며 밤에 그러한 것은 제멋대로 놀자는 것이기에 결국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낮과 밤을 혼동하지 않고 잘 구분해 쓰는 사람이 처세술의 상수(上手)라 하는데 이 점으로 볼 때 진해 사람들은 모두가 처세술을 잘 익힌 사람들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글은 2022년 창원시정연구원이 1910년대와 20년대 진해의 모습을 담은 세 권의 책을 번역하여 하나로 묶어 낸 지역사발굴연구 교양총서 3권 근대 문헌 속 진해』 중 진해』 부분이다. 1912년 출간되었으며 저자는 스기야마 만타(杉山萬太)이다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