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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한국100명산. 2. 둘레길 800리 지리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7. 26.

♪ 준비과정 1. : '한국 100명산'을 지난달 부터 시작하고 뭔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산은 어디냐? 그리고 그 다음산을 우짤끼고! 이러 저러한 산의 선택과 함께 셋째주는 내가 안되고, 그 다음주는 누가 무슨일로 않된다는 둥의 이야기들이 많읍니다.

한달, 긴거 같지만 이런 저런 계획잡다보면 한달이 후딱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지리산은 8월에 가기로 했었고, 7월은 포항에 있는 산을 가기로 했었는데, 근데 그게 헸갈렸나 봅니다.

워낙 계획이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 덜렁 '세석산장'을 예약을 하고 말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약을 맘먹고 해도 잘 되지 않는데, 이와 된거 그냥 갑시다."라는 여론에 의해 지리산을 가기로 했습니다.

 

♬ 준비과정 2. : 모처럼 1박 산행을 한다고 하니 준비할 게 많더군요,

베낭은 1박용으로 30리터 이상이어야 하고, 코펠, 버너, 먹을꺼, 그리고 술등 한 두가지가 아니더군요.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숫가락, 수통, 베낭, 등산용 피켓 등 준비물에 돈이 제법 투자되었습니다.

이것들이 그냥 한번 쓸 것이 아니고, 향후 십년은 써야 되니까 라는 생각을 하게되니^^ 과감히 손이 가더군요. 각설하고 산행얘기로 들어가겠습니다.

 

● 산행일지

1. 마산에서 거림마을까지 : 4명이 가기로 하여, 회원동 삼학사 옆에서 집결해 승용차 한대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7/19(금) 12시에 집결하여 중산리로 향했습니다.

중식은 국도변에 있는 추어탕집에서 해결하고 중산리에 도착하니 2시 30분 이었습니다.

승용차는 우리가 하산에서 바로 탈 수 있는 중산리에 주차를 하였습니다.

중산리에서 콜택시를 타고 우리의 출발지인 거림까지 거금 2만원을 주고 이동하였습니다.

시간은 급히달려서 2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입산시간이 3시까지만 허용하고 있었기에. 까딱하면 산에 출입도 못하고 돌아올 뻔 했습니다.

지리산 등반은 동네 뒷산처럼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산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 무질서한 야영 및 비박으로 발생하는 사고 우려와, 자연환경을 보호하려는 두가지 목적에 의해 입산시간을 통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 거림마을에서 세석산장까지 : 정확히 3시에 거림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대장정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단체 기념사진까지 한컷하고,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 거림관리소 앞에서 한 컷 -

 

등산로 옆에 계속되는 개울의 물소리를 들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지리산 품안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30분 정도 경과하자, 평소에 메지 않았던 베낭의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국지성 호우가 온 몸을 적셔주니, 몸에서는 땀이 작렬하고, 외부에서 겹쳐지는 빗물과 더해 몸이 갑자기 물먹은 솜처럼 퍽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베낭의 방수커버를 씌우고 터벅터벅 걷다보니, 후회막급, 벌써 이렇게 파김치가 되어버릴 지경인데 내일까지 우찌 산행을 한다 말이고! 말 그대로 아무생각 없이 그냥 터벅 터벅 걷다보니 세석산장(정확히 표현하자면 세석대피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후6시, 출발한지 3시간만에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후다닥 짐을 풀고 삼겹살에 소주한잔 생각, 그 와중에 모두 이 생각을 하며 걸었나 봅니다.

삼겹살, 쏘주, 그리고 정상주로 꼬불셨던 술까지 탈탈 털어 먹었습니다.

 

- 세석 대피소에서 저녁식사중 -

 

딴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산장, 아니 대피소 내부 전경은 군대 내무반처럼 좌우측 평상에다가 2단 침대로 되어있는 구조로 한방에 약 100명정도가 자는 관계로, 코고는 소리, 방귀소리, 이빨 가는 소리 기타 등등, 도저히 말끔한 멘탈로 감당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판단하여서 인지, 팍 취해서 팍 골아떨어지는게 상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9시 50분에 취침에 들었습니다. 생각대로 모두 골아떨어졌던것 같습니다.

 

※ 세석산장건물은 생태건축 :  거의 자급자족형의 건물에 가까웠습니다.

조명은 통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명만 허락하고 있으며, 냉난방 및 급탕시설 없음, 화장실 외부화장실 사용하기 등으로 최소에너지만 사용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원은 지붕의 태양광으로 해결하게 되어 제로에너지하우스로 보였습니다.(수치화된 자료를 확인하지 못한관계로)

쓰레기는 등반객 본인이 회수하여 들고가는 방식이고, 음식잔반은 퇴비로 활용하기 위해 모으는 큰 탱크 시설이 있었습니다.

폐기물까지 제로이니 산장건물은 완벽에 가까운 생태건축의 모델이 될것 같았습니다.

반면 등산객들의 생활습성이 여기에 순응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활습관이 도시생활로 확장된다면 저절로 생태도시화 되겠지요.

 

- 고개에서 본 세석대피소 -

 

 

3. 세석산장에서 천왕봉 정상까지 : 아침 7시 10분에 세석산장에서 출발했습니다.

새벽6시가 넘으니 주변사람들이 거의 사라지고 6시반쯤에는 우리 일행만 남게되었습니다. 산중의 아침은 도시의 일상보다 한 2시간정도 빠른것 같았습니다.

아침은 1.7키로미터 떨어진 장터목 산장에서 하기로 하고  수통에 물만 채우고 출발하였습니다.

얼마 오르지 않아서 제석봉 고사목(枯死木)을 보았습니다. 한자를 뜻풀이 하자면 말라죽은 나무인데, 이 나무가 살아서 100년, 죽어서도 1,000년이라는 무상의 세월을 뜻한다고 합니다.

 

- 장터목 가는길, 인상들이 별로 -

한고개, 두고개를 넘고나니 1시간 만에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장터목은 옛날 옛적에 장이 서던 곳이라 '장터목'이라는 이름이 붙혀졌다고 합니다.

 

- 장터목 대피소, 좌측의 탱크가 잔반저장탱크, 퇴비로 쓴다나? -

 

어제 준비한 충무김밥과 컵라면 두개를 끓여서 아침을 해결하고, 모닝커피에 밀어내기 한판까지 하고 정확하게 9시에 정상을 향해 신발끈을 다시 조였습니다.

 

- 정상을 향한 결기가 물씬 -

 

꺼이, 꺼이 오르다 보니 통천문에 도달했습니다.

 

- 통천문 : 정산 500미터 전 -

 

불과 500미터 남았다는 표식을 읽고 죽기 살기로 방구돌을 기어 올랐습니다.

지리산 등반로에 우찌 그리 돌이 많은지? 아마 토사유실이 심해서 그러한 듯 하지만, 관절에는 엄청 무리가 많이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 등반로의 바닥돌은 싫어! -

 

정확하게 장터목에서 2시간 (3.4키로미터)만인 11시에 정상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암튼 그리하여 초보 등반객 2명과 산에 제법 올랐던 경력 등반객 2명이 천왕봉 정상에 있는 바위돌을 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장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드디어 천왕봉, 비로서 미소가~

 

정상주는 어제 다 마신터라, 정상에서 커피 한잔으로 대체하였습니다.

그리고 천왕봉과 다시 볼 기약없는 작별을 고했습니다.

10년이내에는 다시 볼 일 없을꺼라고 다짐했습니다.

 

4. 정상에서 중산리까지 : 11시 반에 천왕봉을 뒤로하고 고도를 급강하했습니다.

정상을 향하는 가장 단거리 코스가 중산리 코스인만큼 평균 경사도가 상당히 심했습니다.

1차로 법계사까지 2.0키로미티 임에도 불구하고 탄력을 받아서 내려가서인지 1시간 만인 12시 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급경사를 무리하게 하강할 때 생기는 충격하중을 무릅에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을 지났는지 법계사 부터는 무릅이 욱씬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내딛는 발걸음의 하중을 피켓이 분산해준다고 해도, 지속적인 장기하중에 의한 피로강도의 누적으로 인해 무릅 연골부위가 물렁뼈가 거의 제 기능을 못하는 관계로 통증, 으~악

 

- 하산길, 칼바위 근처에서 -

 

어쨋거나 칼바위를 지나고 2시간 만에 최종목적지. 어제 승용차를 주차시킨 주차장에 2시 반에 도착. 어제  2시 반에 여기서 출발한지 24시간만에 지리산 탐방을 완료하였습니다.

아군 피해 현재는 없음, 하지만 내일 되어봐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겠음!!

 

5. 중산리에서 마산까지 : 2시 반에 중산리를 뒤로하고 드라이빙.

하산시 그 와중에 점심먹을 계획을 짬.

어짜피 산에서는 점심해결은 않되고(왜, 먹을게 없으니까''')

하산에서 묵사발에 막걸리 한잔 먹느니, 진주에 가서 번호표 받아서 줄서서 먹는다는 냉면이나 한그릇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져서, 액셀레터를 양껏 밟아서 3시 25분에 도착했습니다.

육전에 맥주 한컵하고, 물냉면 한그릇에 몸에 남아있던 지리산의 열기를 싹 씻어내었습니다.

 

-진주 속풀이 냉면 -

4시 5분에 출발하여 마산에 도착하니 5시 반,

지친 몸을 늴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 지리산 둘레길의 총 길이가 800리라고 합니다. 엄천난 길이죠, 지리산에 면한 전라도, 경산도를 아우르는 총길이가  320키로미터라고 합니다.

코스별로 번호가 부여되어 있으며, 3호길이 아주 인기가 좋아고 하더군요,

둘레길 코스에 민박집들이 있어서 가족끼리 가기에 아주 좋타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