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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도시이야기

창원시 마산 회원1지구 재개발지역 이야기 - 9

by 운무허정도 2020. 10. 12.

2. 회원동, 교방동, 교원동의 생활공간의 역사와 흔적

2) 사업구역 인접 동일생활권 내의 삶의 흔적 - 2

 

● 배넘이 고개 [배드나무 고개, 배드난 고개]

회원동 골짜기에서 마재고개로 넘어가는 산중허리를 세인들이 지금도 배넘이고개(배드나무 고개)라고 부른다. 

먼 옛날 해일이 넘쳐 배가 산고개를 넘어 갔다는 이야기가 구전되어 온다. 

이 고개에서는 지금도 메밀이 드문드문 난다는 이야기도 있다. 배가 메밀을 싣고 고개를 넘어가다가 파선을 당했는데 그 메밀 싹이 튼 것이라 한다. 

또 회원동 앤지밭골에는 오랜 옛날에 바닷물이 그곳까지 들어왔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두척산(무학산)에는 배넘이고개라는 이름을 가진 고개가 한 군데 더 있다. 완월동 공동묘지 뒤에서 서원골로 넘어가는 산중허리를 배넘이고개라고 한다. 

역시 바닷물이 넘쳐 배가 산을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고개이다.

 

● 회원 서낭당

회원동 북쪽 골짜기 쪽에 있었다고 하는 서낭당인데 현재는 아는 이도 없고 흔적도 없다.

 

● 상보

회원천에서 회원 뒷들로 들어오는 보(洑)라고 한다. 현재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 성황산봉수터(城隍山烽燧)

무학산 줄기인 해발 265m의 봉화산(烽火山)에 있으며 고려 말에 왜구의 침입을 서울에 알리는 신호수단으로 쌓은 것이라 추정된다. 

봉화산봉수대(烽火山烽燧臺)라고도 하며 경상남도 기념물 제157호로 지정되어 있다. 

봉화산 봉수대는 간봉(間峰) 6로로서 처음 부산 다대포봉수대에서 시작하여, 웅천(熊川)의 고산(高山) 봉수대→봉화산봉수대→칠원(漆原)의 안곡산(安谷山)봉수대→창녕 현풍 노산봉수대를 거쳐 최종적으로 서울 목멱산(남산) 봉수대로 연결되었다.

 

● 회원동 둥구나무 [정자나무]

회원천변의 회원동 543번지에 있는 수령 5백년이 넘는 느티나무로 회원동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나무의 일부가 고사하고 부러졌지만 높이 13m 가슴 높이 둘레 3.8m의 거목으로 1982년부터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해 오고 있다. 

느티나무는 줄기가 굵고 수명이 길어서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나무로 이용되어 왔으며, 오래된 느티나무는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 주는 당산나무로 보호를 받아왔다. 

이 나무 역시 지역주민들로부터 보호받아 왔다.

350여 년 전 통영의 통제사(統制使)가 이 나무를 제거하려고 하였으나 주변에 거주하는 노씨(盧氏) 가문의 6대조(六代祖)가 만류하여 지금까지 보존되어 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 둥구나무도 회원동의 당산나무로 예전에는 해마다 회원동의 동제(洞祭)를 이 나무 아래에서 지내왔다고 한다. 

당제(堂祭), 당산제(堂山祭)로도 부르는 동제는 마을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마을 공동의 제사인데 현재는 중단된 지 오래이다. 

오래 사신 분의 얘기에 의하면 동제는 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크게 지냈다고 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뒤에 돼지도 잡고 떡도 하고 해서 제물을 차려 놓고, 부정을 타지 않은 깨끗한 사람이 제주가 되어 제를 지냈다고 한다. 

제가 끝나고 나면 건구(매구, 풍물)도 치며 놀았다고 한다. 제를 지낼 노인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니까 그 맥을 이을 사람이 없어 중단되고 말았다며 아쉬워했다.

 

회원동 둥구나무 (2009년)

 

● 둥구나무 비석군

회원동 둥구나무 옆의 하천변에 세 개의 비석이 서 있다. 

세 개의 비는 枕溪亭交河盧公諱世煥遺蹟碑(침계정교하노공휘세환유적비), 金海金公昌鑄善蹟紀念碑(김해김공창주선적기념비), 五一六軍事革命碑(오일육군사혁명비) 등이다. 

이 비들은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김창주 선적기념비는 일제강점기인 정축년(1937년)에 세워진 것이고, 침계정 노세환 유적비는 신축년(1961년), 그리고 오일육군사혁명비 역시 1960년대에 세워진 것이다. 

이중에서 오일육군사혁명비(아래 사진)는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비는 박정희 정권 말기에 국방장관을 지낸 노재현 씨 집안에서 5.16을 찬양하며 세웠다. 

 

 

이후 시민단체에서 비를 철거했으나 일부 주민들이 비를 다시 세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고 둥구나무 있는 곳에서 회원천을 따라 조금 위로 올라가면 마산연합시우회관이 있다. 

그 회관 옆에 江焉金震權先生功績碑(강언김진권선생공적비)라는 또 하나의 비가 있다. 이 비는 회원동에서 원동정미소를 경영했던 실업인 김진권의 공적을 기려 1975년에 세워졌다.<<<

 

이 글은 창원 소재 '도시문화콘텐츠연구소'에서 펴낸 창원시 마산 회원1지구 재개발사업 ‘마을흔적보존사업 실행계획서(2017)’ 중 발췌한 것이다. 지금은 이미 고층 아파트 단지가 되어버린 이 재개발 지역의 변천과정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