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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29. 00:00

김형윤의 <마산야화> - 76. 부자는 오월동주

76. 부자(父子)는 오월동주(吳越同舟)

 

고사에 오월동주(吳越同舟)란 말이 있다. 오왕 부차(夫差)와 월왕 구천(句踐)은 수구(讎仇)의 사이인데, 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이 좌석을 같이 했을 때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예를 들 수 있는 분이 있으니 위암 장지연 선생과 그의 장남 장재식과의 부자지간이다.

위암은 구한말 을사오조약 체결 당시 황성신문 사설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의 필화사건으로 유명한 분이며, 선생의 장남인 재식은 마산부제(馬山府制) 실시와 동시에 조선총독부 판임관에 취임한 사람이다.

선생의 혈육관계를 살펴보면 이남 재철은 웅지를 품고 상해도 갔다가 일찍 타계한 애국청년이며, 삼남 재륜은 유근 선생(1861~1921 / 한국의 언론인 / 장지연, 남궁억 등과 함께 황성신문을 창간하여 독립정신 고취에 힘쓰고,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하자 언론을 통하여 반일운동을 펴나갔다.동국통감등 역사상 귀중한 저술들을 수집, 편찬 발간하여 널리 반포함으로써 독립의식을 높이고자 힘썼다 / 두산백과, 옮긴이)의 서랑(壻郞)으로 한때 청년 운동을 한 바 있었는데, 이남과 마찬가지로 불혹(40)이 채 못 되어 타계하였다.

그 중 이남 재철을 잃은 것을 가장 마음 아프게 여기고 있었으며, 장남 재식의 직업을 제일 못마땅해 하였다.

아침 일찍 기침할라치면 재식이 금테 두른 판임관의 모자에 제복으로 문안 인사를 올리면 으레 이 천치 죽일 놈....” 하고 일갈했다 한다.

선생은 황성신문 필화서건 이후 세파에 지쳐 한때는 경남의 고도 진주에서 지방지로서는 국내 최초의 경남일보(현 경남일보가 제호를 그대로 계승)를 창간하고 2, 3년 뒤에는 선생과 아무 연고 없는 마산에 와서 한일월(閒日月)로 산해관 근처(현 춘추원)에서, 다음은 수정(壽町, 수성동) 김동조 병원에서 작고하기까지 시국을 개탄하며 아침부터 취침할 때까지 술로써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필자는 선생이 우거한 이웃에 있었으므로 자주 거동을 보았었다.

어린 우리를 볼 때마다 네 이놈들 저리로 가라하며 서남방을 가리켰다. 진의는 상해로 가라는 말이었다.

선생의 기호란 술을 수정(수성동) 석교(石橋)양조장(전 문삼찬 부용芙蓉공장)에서 판매하는 대전(大典)청주를 두주(斗酒)로 비치하여 거나하게 취하면 개 같은 놈들.....”을 연발했다.

이리하여 재식은 친일하는 자라고 꾸짖고 욕하면서도 생활 전체는 장남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리되면 오월동주(吳越同舟)라고 할 수 있을는지..... 이 점에 있어서 필자는 크게 대조하여 볼 만한 일이 있다.

5·16혁명 이 후 최고회의 때 주체세력의 한 사람이었던 유원식과 그의 친부 월파(月坡) 유림(柳林 / 1894~1961, 독립운동가, 정치가 /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로 부흥회, 자강회, 서로군정서, 비밀결사 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 한중항일연합군 등을 결성해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내고 광복 후에는 비상국민회의 부의장, 대한국민의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세계 아나키즘 역사상 최초의 아나키즘 이념정당인 독립노농당의 초대 당수를 지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옮긴이) 씨의 경우이다.

 

유원식은 일제 때 만주 군적을 둔 일이 있었고, 유림 씨는 열렬한 무정부주의자로서 또한 임정요인으로 해방과 더불어 환국했을 때다.

부자상별(父子相別) 수십 년에 찾아 뵈러온 아들을 민족에 오점을 남겼다고 하여 근접을 엄금했다고 한다.

원식은 차후 국군 장교로서 대한민국에 속죄도 하였으려니와 국가에 충성을 다했었다. 그러나 영영 부자간에 절륜(絶倫)했을 뿐 아니라 운명을 할 때는 아들의 임종을 거부하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군자갈 불음 도천(君子渴 不飮 盜泉)할 기절(氣節)인 위암은 원수의 나라 일본의 국록으로 생활을 하다가 반식객(伴食客)이 되어 만년을 마쳤고,

월파(月坡)는 아들의 일시 과오를 촌분(寸分)도 용서치 않고 철저하게 반제국주의 정신에 일관하다가 눈을 감았으니 그들의 인생관과 가족관을 저울해봄직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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