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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도시이야기

마산항지(1926년) - 5 - 건권(乾卷) / 제1장 마산항의 대관

by 운무허정도 2022. 7. 11.

제1 마산항의 대관

 

2. 날씨(風信)와 기온

 

마산에는 아직 측후소가 설치되지 않아 겨우 부청이나 기타 한두 개의 불완전한 사설 기관이 있을 뿐이다. 여름에는 남풍이 불며 때로는 유쿠(琉球, 오키나와) 방면에서 일어나는 폭풍우, 곧 태풍이 내습하여 나무를 꺾어버리고 집을 날려 버리는 참혹한 현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낙동강 연안의 수리조합이나 농장 등의 경작지는 물이 범람하여 누런 호수가 되며 수확이 전무한 흉년을 호소하기도 하며 교통기관의 운전이 방해되기도 한다.

그래도 북에는 산이 있고 남으로 경사져 있는 마산에서는 과거에 이와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수해지에 식량이나 연료, 피난용구, 배, 예방약품 등을 공급, 구제하는 일이 예사다.

혹서(酷暑)는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이며 최고 화씨 90도(섭씨 32도)를 넘어서는 것은 아주 드물고 해면을 씻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올뿐더러 아침저녁으로 무학의 이어진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려오니 그 여름 더위를 느끼는 일은 없다.

장마철은 달력에 기재된 날보다 약 2주일 정도 늦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간헐적으로 비가 오기도 하고 조선 곳곳에 수해를 몰고 올 때가 있는데도 마산은 바닷물이 붉은 색으로 변할 정도에 그친다.

하지에서 11일째 되는 날인 반하생(半夏生, 반하(半夏)가 나올 무렵이라는 뜻으로, 하지에서 11일째 되는 날을 이르는 말. 양력으로는 7월 2일경이다), 양력 7월 2일경 후로는 수소가스에 의한 짙은 안개가 사방에 퍼져 매일 오전 중 해상에서는 선박의 안전을 방해하기도 하고 육상에서도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런 현상은 매년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3년, 5년, 7년에 한 번 일정 시기에 나타나는 것이며 외부에서 온 여행자는 비 오는 것으로 보고 우비를 갖추는 이도 있으나 이 안개가 있을 때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예사다. 일단 안개가 개면 무덥고 햇빛도 작열하여 찜통 속에 들어 있는 감이 들 정도다.

 

 

동계는 북풍이 부는 계절이며 혹한은 1월 중순부터 2월 하순 사이다. 최저 화씨 22도(섭씨 영하 5,5도)로,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드물고 대개 화씨(섭씨 4.4도) 안팎의 기온이 지속된다.

게다가 동아시아 대륙에 특유한 삼한사온의 은혜를 입어 아주 추운 삼한에 고다츠(火閣, 炬燵)에 들어가 있으면 금세 사온에 들어 기온이 옷을 몇 겹 입은 듯 더워지고 3센티 정도의 얼음판도 하루도 못가서 녹는 만큼 봄기운이 나서 나물 캐러 갈 흥이 일어나기도 한다.

삼한사온이란 추운 날이 3일 계속되다가 따뜻한 날이 4일간 이어지고서 또 추운 날 3일이 온다는 것인데, 일 년 내내 이것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름에는 이것을 느낄 수 없는 것이나 이 추위와 따뜻함의 일수가 반드시 3과 4로 된다고는 단언할 수 없으나 겨울의 한온(寒溫)의 비율은 대략 맞는다고 생각한다.

초가을 혹은 추석 때부터 남풍이 잠시 동풍으로 변하고 또 북풍으로 변하려 할 때 혹은 폭풍이 덮치고 비가 쏟아져 농작물 등에 피해가 날 때가 있다. 때마침 수확기인지라 농가는 입춘 후 210일이나 220일의 흉한 날보다 도리어 이 폭풍우의 내습을 고민하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현상도 매년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2년 혹은 3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또 추석 전후에는 반딧불이가 한창인데 이는 내지(內地, 외국이나 식민지에서 종주국 ‘본국(本國)’을 이르던 말)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조선에서도 5월쯤 그 벌레가 없는 것은 아니나 작고 그 빛도 약하며 반짝이는 빈도도 적은데, 가을의 것은 크고 빛도 환하게 빛내며 하늘을 날아다니니 내지, 조선의 아이들이 함께 들길을 왕래하며 동요를 부른다.

 

“오너라 오너라 개똥벌레야 저쪽 물은 맵고 이쪽 물은 달단다. 개똥벌레야 이쪽으로 오려무나”

 

이와 같이 아이들이 어울리는 모양은 단지 내선일체에 도움이 될 뿐더러 마산의 연중행사의 하나로 셈하여도 좋을 것이다.

매미 우는 소리가 그치면 가을 들판에는 방울벌레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풍향은 전적으로 북풍으로 되며 무학 연산은 추운 바다 위를 스치고 지나온 맵고 찬 바람을 토해 내고 사람의 피부를 찌르듯이 한다.

자동차의 질주는 흙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마산만 물가의 간석지대가 허옇게 얼어 버리는 일이 있기도 한다.

방한 도구로는 조선인은 모두 온돌을 쓴다. 내지인 중에서도 이를 흉내 내는 이도 있으나 고다츠를 쓰는 것이 보통이며 그렇지 않으면 난로가 사용된다.

난방 곧 온돌은, 방안 마루 위에 얇은 돌판이나 자갈을 깔아 흙을 바르고 그 위에 기름종이를 덮고 마루 밑으로 불길이 잘 돌아가도록 석주를 세워 마루를 지탱하도록 하고 제일 낮은 데에 불 화구(火口)를 설치, 여기에 소나무 잎이나 마른 풀을 태우고 후방에 연기를 뿜어내는 연기 배출 구멍이 있어 굴뚝으로 이어진다.

아침저녁으로 두 번 화구에 불을 붙여 돌마루를 데우면 마루 위에 있는 사람은 엄동에도 마치 봄이나 가을의 감을 느껴 그 쾌감은 평생 잊을 수가 없다고 할 정도니 난방망국론이 나오는 것은 그 쾌감 때문일까.

장군천 물가의 월포농원(月浦農園)의 기사(技士) 훗타 분시로(堀田文四郞)가 왕년에 마산의 기후를 관측한 적이 있다.

거기에 나온 숫자를 보면, 일 년 평균 갠 날은 약 215일 내외, 비바람이 올 때가 85일 내외고 나머지는 다 흐린 날이다. 첫서리는 대개 11월 5일, 마지막 서리는 4월 5일 전후에 내린다고 하니 연간 날씨는 대충 감이 올 것이다.

한랭(寒冷)에 관해서는 위의 설명이 정곡을 찌르지는 못하고 틀릴 때도 있다. 즉 대정 4년(1915) 1월 13일 14일의 양일과 같이 화씨 18도(섭씨 영하 7.7도) 아래로 내려가 실내에 있는 술이 얼어붙기 직전이고 정종 병이나 맥주나 사이다 병이 깨졌다는 상점도 나왔다.

진해만방비대 소재의 거제도 송진포(松眞浦)에서는 나무통에 담았던 간장이 동결했다고도 전해진다. 이와 같은 추위는 수십 년래 처음 있었던 일이고 대나무 잎도 누렇게 마르고 온실 바깥에 있던 분제와 꽃들은 다 시들어버렸다고 한다.

또 마산에는 오래전부터 강우(降雨)에 관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고 이를 동요 풍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무학산 봉우리에 구름이 나오면 오늘 마산에는 비가 온다. 누나야 나갈 때 우산 챙겨라. 엄마야 빨래 거둬들이자.”

 

이 가사 내용이 꼭 맞는지는 의문이 남지만 그간 이루어진 관찰 등으로 볼 때 틀리지는 않는 것 같다.<<<

 

이 글은 창원시정연구원이 2021년에 번역한 『馬山港誌』(1926) 중 다섯 번째 것이다. 그림은 별도로 삽입하였다. 『馬山港誌』는 1900년대에 발간된 일본 문헌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자는 앞서 게재한 『馬山繁昌記』와 같은 스와 시로(諏方史郞)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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