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개항사
6. 괴이한 러시아인의 잠꼬대
광무 경자(庚子) 4년(1900) 즉 명치 33년 3월 18일, 우라지밀 미스첸코(미센코, 마산포 개항 후 이주한 러시아 상인. 각국거류지 내의 대지주의 한 사람으로 신동공사(紳董公社, municipal office)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러시아 군함과 수병에 대한 잡화 및 식료품 소매를 하면서 거류지의 토목 건축 등의 공사 청부도 추진했다.)라는 러시아인이 느닷없이 나타나 현 마산포 사이와이마치(幸町)에 있는, 러시아 해군 식량품 조달을 하는 오카모도 유우(岡本勇) 씨 집에 머물렀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은 너무 크게 부풀러지기도 하고 혹은 시시콜콜하기도 하여 믿을 수 없는 것이었으나 다음의 일절만은 당시 러시아인이 반도를 삼켜버리려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소식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여기에 소개하기로 한다.
러시아 황제는 대한정책의 첫 방책으로서 그의 자매 중의 한 사람을 대한제국 황제의 비(皇妃)로 바치려고 알선, 중매 작업을 얼마 전 북경에서 만주 조정 대신의 매수를 통하거나 요동반도 점령에 큰 공을 세워 황제의 신임이 두터운 현 주한공사 파블로프(아래 사진)에게 부탁하여 성사시키려 했다.
이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에는 한국의 황제를 니콜라스교(러시아 정교회.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는 3~4세기 동로마 제국에서 활동한 기독교 성직자로 러시아 정교회의 수호성인.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성인이기도 하다)로 개종시켜 일반 국민도 그에 따르도록 선언, 표명함으로써 수백 명의 선교사가 한반도 곳곳에 파견되어 포교당을 건설하면 국민을 돈이나 무력이나 미신에 빠지기 쉬운 국민성을 이용해 한국은 종교와 황실과의 인연 때문에 민심이 자연히 러시아를 바라보게 되어 한국은 병력을 스지 않아도 러시아의 손아귀에 들 것이다.
특히 이 혼인이 성사되면 황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병의 대부대를 경성에 주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여순(旅順)에 있는 러시아 상인들은 다 청나라 상인들의 압박을 받아 스스로 떠나갈 수밖에 없는 자가 많음으로, 마산포에는 러시아 해군의 부동한 근거지가 되어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매수지는 동양에서의 통상을 장려하기 위해 러시아인에 대해 무산으로 대부해 준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여순으로 부터의 이주자는 제법 많아질 것이며 도부잔스키(마산포에서 벽돌 제조업을 한 러시아인) 같은 사람은 이미 이주해 왔으니, 나도 역시 여기에 주거를 정하고 해군을 상대로 돈벌이나 한번 잘해볼 참이네. 운운.
러시아가 마산포를 동양함대의 근거지로 삼으려는 의지는 아주 왕성했고 당시에는 상업상의 설비도 역시 수반할 계획이라는 점은 각국거류지 제1회 토지경매에서 모노마크 함장 오스톰스키 소장이 스스로 단하에서 경매인이 되어 경락을 받으려고 법을 벗어난 고가를 지불한 데서도 알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윤을 겨냥하여 러시아 상인들이 마산포에 살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긴 했지만 거류지 이외의 토지 매수에서 우리 제국을 이기지 못해 마침내 그 목적을 자복포의 남쪽 율구미포(栗仇味浦)로 변경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글은 창원시정연구원이 2021년에 번역한 『馬山港誌』(1926) 중 25번 째 것이다. 그림은 별도로 삽입하였다. 『馬山港誌』는 1900년대에 발간된 일본 문헌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저자는 앞서 게재한 『馬山繁昌記』와 같은 스와 시로(諏方史郞)이다. 본 포스팅은 비영리를 전제로 창원시정연구원의 양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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