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289

굵고 짧은 놈, 가늘지만 긴 놈 크고 잘생겨야 대접 받는 세상이라, 말로는 ‘작고 힘없다고 깔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내 무의식도 세상따라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크고 잘 생긴 놈이 허무하게 스러져갈 때, 작고 약한 놈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제 몸을 뽐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대문과 담장에 붙은 담장이넝쿨이야깁니다. 크게 잘 자란 넝쿨은 지난여름 짙은 녹색에 넓은 잎사귀 뽐내며 담장을 온통 제 것인 양 휘감았습니다. 볼만했습니다. 그 위세가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아이손바닥만한 초록잎사귀가 출렁거렸는데 그 광경에 지난여름이 다 시원했습니다. 담장을 온통 뒤덮은 넝쿨과 새파란 잎사귀는 마치 화려한 고급포장지로 싼 선물상자처럼 멋졌습니다. 바로 그 곁에 동전만한 잎사귀가 달린 가느다란 넝쿨 몇 줄기가 떨어질 .. 2009. 11. 4.
술과 꽃의 도시 《유장근교수의「도시탐방대」에 참여해, 한 때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마산의 술 공장과 벚꽃 휘날렸던 창원천을 둘러보니 일제기 ‘술과 꽃의 도시’로 명성이 높았던 ‘그 옛날 마산’이 생각나 이 글을 포스팅한다》 특정한 도시를 한두 가지 단어로 정확히 규정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도시건 그 도시 특유의 자연조건과 문화조건을 이용해 한마디로 규정하기도 한다. 부산하면 항구, 진해하면 벚꽃, 춘천하면 호수 등과 같은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경의 마산은 ‘술과 꽃의 도시’였다. - 술의 도시 마산 - 개항 직후인 1904년 최초로 아즈마(東)양조장이 설립된 이후 꾸준히 성장했던 마산의 양조산업은 1928년에 부산을 제치고 이윽고 국내 지역별 주조생산량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2009. 11. 2.
나무와 인간의 아슬아슬한 공생 도로나 건물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빈땅이 필요합니다. 원래 빈땅이 아니고는 많든 적든 수목들이 살고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지어지는 구조물을 위해 먼저 있던 수목들은 대부분 벌목되고 맙니다. 조경이나 건축을 공부할 때 기존의 수목은 가능한 보존하라고 배우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천연기념물급 수목이 아니고는 살아야 할 가치를 인간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인간의 편의에 의해 베어져 가구나 땔감 등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런와중에 최근 무섭게 불고있는 생태, 친환경 바람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나무들이 있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창원안민고개의 벚나무들 입니다. 원래는 도로 바깥쪽에 편안하게 살고 있었으나, 보행데크가 생기면서 통째로 또는 가지일부가 베일뻔한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 2009. 10. 30.
특별시 서울의 특별한 녹지사업 ‘도시경관생태론’ 강의 때 대학원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공무원이면서 도시학을 공부하는 김윤수(가명) 씨가 ‘특별시 서울의 특별한 녹지사업’을 소개했습니다. 도시경관에 관심이 많은 김윤수 씨는 서울시가 최근 세운상가 앞에 조성한 「서울 세운초록띠 사업」을 견학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다녀왔다면서 재미있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잘 나가는 서울시가 한 사업이라 기대를 잔뜩 안고 갔더니, 녹지사업이랍시고 도심화단에 벼와 수수를 심어 놓았더랍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사업에 관계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로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한말 해주었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나도 화단에 벼 심은 것 동의하지 않는다” 면서,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아는 게 요즘 아이들이라 교육적으로는.. 2009. 10. 28.
[동영상] KBS 아침마당 (2009년 10월 20일 방송분) "책 읽어주는 남편 허정도" 2009. 10. 27.
마지막황제 순종의 행차길 경남대 유장근 교수의 「마산도시 탐방대」에 참가하여 20여 일행들과 '진주가도'를 걸었다. '진주가도'는 근대기 이전에 진주와 창원을 잇는 큰길이었다. 현재의 소답동에 위치했던 창원도호부에서 마산포를 거쳐 자산리 완월리 신월리 월영리를 지나 밤밭 고개를 넘어 진동 양촌을 거쳐 진주로 가던 길이다. 롯데그룹 소유인 구 크리스탈 호텔 앞길인데 장군동 거쳐 중앙동 신월동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가장 좋은 도시는 ‘걷고 싶은 도시’라 했는데,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큼 좋은 길은 아니었다. -마지막 황제 순종의 행차길- 100년 전인 1909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은 즉위 후 몇 차례에 걸쳐 지방 순행에 나섰다. 순종황제의 남부지방 순행은 1909년 1월 7일~13일까지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진.. 2009. 10. 26.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책은, 제주도가 낳은 소설가 현기영 선생이 자신의 유년기 성장과정을 기억해가며 쓴 글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유년으로 돌아가, 작가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도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때로는 배꼽을 쥐고 웃다가,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 속에 묻혀간 군상들의 삶을 처연히 엿볼 수도 있는 책입니다. 누구나 소설 한 권씩 쓰며 사는 게 인간 삶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성장기가 이토록 아프고 아름답고 다채로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낸 뒤, 글을 쓰는 내내 무척 설레었다고, 행복했다고, 잊었던 유년의 기억을 좇는 시간여행에서 인생을 다시 산 느낌이었다고 하면서,.. 2009. 10. 24.
아내와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습니다 대한민국 주부들이 가장 많이 본다고 알려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였습니다. 살다보면 별일도 다 겪는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만 출연하고 자신은 방청석에 앉아 있는 줄만 알고 있던 아내는 서울 가는 KTX 안에서 둘이 함께 나란히 출연하는 걸 알고 걱정을 태산 같이 해댔습니다.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아내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게스트 석에는 나 혼자만 앉고 아내는 방청석에 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출연 하루 전날 점심 때 쯤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와 나란히 앉아야 그림이 나온다고. 그 사실을 열차 안에서 알려주었던 겁니다. 서울에 도착해 방송국에서 예약해둔 호텔에 여장을 풀고 나니 밤 10반 쯤 되었습니다. 대본을 읽어보기 위해 객실에 있는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2009. 10. 21.
제안, <신(新) 7대 도시 마산> 마산을 염려하는 분들이 늘 하시는 말입니다. ‘한 때 전국 7대 도시였던 우리 마산이 이제는 경남 7대 도시가 될 판이다’ ‘전국 7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자’ 가슴 아픈 호소입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산을 고향으로 둔 내 마음도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마산뿐 아닙니다. 한 때 잘나갔던 도시라면 어디 할 것 없이 이런 식의 한탄 한마디는 다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목포시의회 부의장에게 들은 말인데, 목포 사람들은 지금도 ‘전국 6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자’ 한답니다. 전국 7대 도시 마산········. 어릴 때부터 많이도 들었던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인구가 전국에서 일곱 번째였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이 도시에 어떤 조건과 결과를 주었는지 깊이.. 2009. 10. 20.
책읽어주는 남편, KBS 아침마당 출연 의 저자이자 팀블로그 '허정도와 함께 하는 도시이야기' 대표 블로거인 허정도씨가 내일(20일) KBS1 TV 아침마당(오전 8시 30분) 에 출연합니다. 을 쓴 허정도씨는 건축가이자 경남도민일보 대표를 지낸 언론인, 그리고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을 지낸 시민운동가이이기도 합니다. 은 안부대상포진으로 외출도 못하고, 눈조차 제대로 뜨기 못하는 아내를 위하여 책을 읽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씌어진 책 입니다. 아픈 아내를 위하여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 읽기가 부부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해주고, 살아 온 날들을 되돌아 보는 유익한 시간이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한국의 남편들을 위하여 "일찍 퇴근하고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합니다." 책을 함께 읽으면 대화가 깊어지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 2009. 10. 19.
행정통합의 역발상 슬로시티를 아시나요? 최근 우리지역에서 행정통합이란 광풍이 불고 있다. 행정통합의 목적이 행정의 효율과 주민의 편익을 위한다는 목적아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한들 현재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교부세 지원 등 각종 금전적 혜택만 앞세우면서 주변 도시들 간에 이합집산 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양적인 통합에 의해 시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 실제 주민의 편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줄지 꼼꼼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여기, 이러한 고민을 역발상으로 해결한 슬로시티라는 운동이 있다. 슬로시티는 오히려 도시의 규모를 제한하여 특화된 생산방식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운동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범지구적 운동이다.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소규모의 느린 발전 개념을 통.. 2009. 10. 17.
집에 일찍 들어가 아이와 함께 놉시다 과레스키의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이탈리아의 저술가 과레스키가 쓴 ‘까칠한 가족’이라는 재미있는 책 한권 소개하겠습니다. 저자인 과레스키의 가족을 모델로 쓴 연작소설입니다. 1954년에 출판되었으니 이미 반세기가 지난 글들입니다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과레스키는 사회에서 제법 잘나가는 작가이자 언론인이었지만 가족들에게는 직업도 없는 사람처럼 불쌍하게 취급당하는 아버지로 등장합니다. 이 시대의 보통 아버지 모습입니다. 아내는 현실감각이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전업주부이고, 아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소년이며, 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귀엽고 영리한 아이입니다. 이 네 가족이 펼치는 갈등과 화해와 진한 사랑을 예리하면서도 풋풋하게.. 2009. 10. 15.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마산 창신공고 건축과에서 우리를 가르친 선생님입니다. 2학년 1학기가 시작되던 1969년 봄에 우리 반 담임으로 부임하셨으니 선생님 만난 지 꼭 40년 되었습니다. 첫날 인사에서 선생님은, 마산이 고향이며 한양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공군 제대하고 학교로 왔다고, 잘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날 입었던 선생님의 차분하고 개성 있는 카키색 양복과 화려하게 붉었던 넥타이가 참 멋졌습니다. 옷 뿐 아니었습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서늘한 눈매, 약간 웨이브진 머리칼, 요즘 말로 얼짱이었습니다. 첫날 그 멋졌던 선생님의 모습은 그 후 오래 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장을 했다는 선생님은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흰색·붉은색·푸른색 분.. 2009. 10. 12.
산호동 효자각의 건축적 가치 산호동 효자각이 도심 골목속에서 발견되고 난 뒤 관심이 있는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방문 하였다. 비문의 해석과 비각건립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는 경남대 유장근 교수와 팀 블로거 허정도 박사를 통해 앞에서 대략 정리를 하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효자각의 건축적 가치 판단을 통해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본다. 우선 '산호동 효자각'의 건축 양식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았다. 정려(旌閭)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많이 건립된 유교건축물이다. 정려를 받는 절차는 고을의 관청이나 대상자의 직계후손이나 고을 유림들이 중앙의 예조에 정려를 내려주기를 청하면 왕명에 의하여 명정을 받게 된다. 선조때 부터 고종 년간에 가장 많이 건립되었으며 일제강점기 때에 엄청나게 많은 정려가 건립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 2009. 10. 9.
고혜정의 <친정 엄마> 고혜정의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방송작가 고혜정의『친정엄마』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녀간의 이야기입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난생 처음 집 떠난 후 새삼 느낀 어머니의 사랑, 세월이 흘러 자신이 어머니가 되어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딸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난 책입니다. 모녀이기 때문에 느끼는 갈등과 불만, 모녀이기 때문에 생기는 조건 없는 사랑, 모녀이기 때문에 담아둔 비밀스러운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가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보따리 보따리 온갖 것들을 싸가지고 서울 딸네에 어머니가 올라왔을 때 딸은 별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느냐고 짜증을 냅니다. 그 소리에 어머니는 서운했던지 한마디 합니다. “너.. 2009. 10. 8.
추석에 산호동 효자각을 찾아갔습니다 팀 블로거인 건축사 신삼호 씨의 권유에 따라 추석에 마산 산호동 용마산 기슭에 있는 효자각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역사학자 유장근 교수와 지역사에 밝은 박영주 선생이 동행했고 신삼호 건축사도 함께 했습니다. 2009/09/29 - [도시 이야기] - 추석엔 산호공원 옆 효자비 한 번 둘러보세요 자동차에 내리는 순간 우리 일행은 비각 처마를 받치고 있는 공포의 현란함에 놀랐습니다. 이미 신삼호 건축사의 글과 사진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는 감동과 놀라움에 전율했습니다. 이 작은 비각의 건축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분석은 신삼호 건축사에게 맡기고 저는 비각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효자비의 주인공인 그 효자는?- 한문에 능통한 유장근 교수가 읽어 내린 비문과 각기(閣記)에 의하면, 이 효.. 2009. 10. 6.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공지영의 『도가니』〉 폭포처럼 글을 쏟아내고 있는 공지영의 소설입니다. 주인공 강인호는 남쪽 도시 무진(霧津)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교사로 취직됩니다. 그가 차를 몰고 무진시로 들어오는 첫날, 지독하게 깔려있는 안개를 만납니다. 소설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강인호가 자신의 승용차에 간단한 이삿짐을 싣고 서울을 출발할 무렵 무진시(霧津市)에는 해무(海霧)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흰 짐승이 바다로부터 솟아올라 축축하고 미세한 털로 뒤덮인 발을 성큼성큼 내딛듯 안개는 그렇게 육지로 진군해왔다. 안개의 품에 빨려 들어간 사물들은 이미 패색을 감지한 병사들처럼 미세한 수증기 알갱이에 윤곽을 내어주며 스스로를 흐리멍덩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 첫 문장에서 소설의 분위기가 예고되었습니다. .. 2009. 10. 2.
추석엔 산호공원 옆 효자비 한 번 둘러보세요 골목 효자비에서 발견한 건축적 장식의 화려함 얼마 전 산호공원에 산책 갔다가 내려오면서 우연히 건물 틈 사이로 기와지붕 용마루가 눈에 띄었다. 골목에 면하여 귀퉁이만 조금 보였다. “도심 속에 웬 한옥이 있지 ?”하고 내려가 보았다. ▲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일주대문 정면에 일주문이 위용을 갖추고 서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솟을대문에 붙혀져 비각이 있는데 그 건축적 디테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내부에 들어가서 비문을 읽어보니 효자비를 보호하기 위한 정려각 임을 알게 되었다. 정려란 나라에서 충신·효자·열녀를 칭찬하여 그들이 살던 마을의 입구에 세우던 문이나 비로서 이 동네에서 유명한 효자를 기리는 비각이었다. 보통 시골의 마을 어귀에 신도비나 효자, 열녀비가 서있는 경우는 많이 보았는지라, 도심 속에 효.. 2009. 10. 1.
법정 스님이 남긴 '좋은 말씀'은?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유명한 법정스님의『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산사에서 생활하는 법정 스님이 그때그때 드는 생각과 삶의 모습을 담아낸 글입니다. 수레바퀴의 자취는 수레를 따르고 말과 행동은 마음을 따른다고 스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인 글입니다. ‘무소유 정신’으로 상징되는 스님의 글이라 전체 분위기가 잔잔합니다. 스님이 가르칩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일의 과정에서 길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끝없는 소유욕을 버리라는 말씀도 합니다. ‘………부는 욕구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차지하거나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할 때 우리는 가난해진다. 그러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한다면 실제로 소유한 것이 적더라도 안으로 넉넉해질.. 2009. 9. 30.
학교운동장, 명절에는 귀성객에게 내어주자. 내 고향 회원동은 마산에서도 오래된 동네라 명절이면 고향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금 살고 있는곳과 지척이지만 차례 후 성묘나 친지댁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자가용의 편리함을 외면하기 힘들다. 늘상 다녀가는 곳이지만 명절에 찾는 고향은 왠지모르게 설레인다. 하지만 귀향의 설레임도 잠시뿐. 주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오래된 주거밀집지역이라 주차공간이 마땅찮은 탓이다. 도로 곳곳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차들로 인해 길이 막히기 일쑤이고 여기저기서 주차문제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도로는 차들로 넘쳐나는데 인근에 텅 빈 학교운동장을 보면 왜 주차장으로 개방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않는다. 학교도 엄연한 공공기관인데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애써 외면하면 그만일까? 명절때 만이라도 학교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할 수는.. 2009. 9. 28.
현기영의 '누란'을 읽었습니다 《현기영의 ‘누란’을 읽었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편’이란 책을 낸 뒤 여기저기서 만나는 사람마다 “요즈음도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나요? 지금은 무슨 책 읽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지난 17일에는 CBS 라디오 전국방송에 출연하여 개그우먼 장미화 씨와 1시간가량 생방송을 했는데 거기서도 ‘지금은 무슨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근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을 시간 날 때마다 소개해 볼까합니다. 지난주에는 소설가 현기영 선생이 쓴 ‘누란’을 읽었습니다. 자전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후 10년 만에 접한 그의 소설입니다. 현기영 선생의 작품에는 언제나 그의 고향 제주도가 빠지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제주도와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늘 보듬고 고민하던 한국현대사.. 2009. 9. 27.
공공장소에 '공짜주차'를 허하라! 창원 성산아트홀 주차장은 휴식중. 5년전쯤 창원용호동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다름아닌 주차문제였다. 회사주차장에 주차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였고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하기에는 비용부담이 너무컸다. 다행히 직장동료로 부터 창원시의 성산아트홀 주차장이 개방되어있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10분 정도는 운동 삼아 걸었다. 용호상업지역의 많은 직장인들과 용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그곳의 주차장을 이용하였고 공공기관이 시민을 배려하는 모습이 참 바람직해 보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언제부턴가 성산아트홀 주차장은 유료로 전환되었고 그곳에 볼 일이 없는 한 주차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평일 대낮 성산아트홀의 텅빈 지하2층 주차장 모습(좌)과 같은시각 용호상업지역 골목길의 혼잡한 모.. 2009. 9. 25.
‘현대아이파크’의 추억. 마산 앞바다 신포동 매립지에 현대아이파크 고층아파트가 우뚝 섰다. 짓기 전에는 몰랐지만 다 올라가고 난 지금, 많은 시민들이 혀를 찬다. ‘도시를 막았다’ ‘추산공원에서 돝섬이 보이지 않는다’ 말들이 많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돌이킬 수도 옮길 수도 없다. 도시와 건축은 그런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저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를 기억해 보자. 오래된 일이 아니라서 기억이 생생하다. 시민들의 반대서명, 토론장에서의 날선 소리, TV공개토론 등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끝난 일인데 왜 다시 짚어봐야 하는가? 두 번 다시 이런 식의 행정을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기왕 지어진 건물, 옮길 수도 없으니 반면교사로라도 삼기 위해서이다. 현대아이파크 고층 아파트는 마산시가 이 아파트가 들어서면 도시가 .. 2009. 9. 18.
300만명이 굶주리며 죽어가던 그때 뭘했냐고 묻는다면?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이 시대의 글 꾼 황석영의 『바리데기』라는 소설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소재는 북한의 참상을 배경으로 쓴 뿌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글 솜씨가 워낙 뛰어난 까닭에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주인공 바리를 통해 식량부족으로 겪는 북한의 참혹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대한민국의 지척에서 삼백만 명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어간 바로 그 시기입니다. 한 대목 보겠습니다. ‘미이 언니와 두만강에 나갔다가 사람이 천천히 떠내려 오는 걸 보았다. 어린애를 업은 채 앞으로 처박힌 아낙네의 시체였다. 아기와 엄마가 함께 죽은 것이다. 나중에 그 강변에는 더 많은 시체들이 떠내려 오곤 했는데 맞은편 중국인 마을에서는 자기네 기슭에 닿.. 2009. 9. 17.
34년 전, 배움에 목말라 마산으로 달려갔어요 며칠 전에 ‘청산’이라는 분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름의 이미지가 강해서 당연히 무슨 공적인 편지이겠거니 생각하며 열었더니, 뜻밖에 제 책을 읽은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이순임(가명)이라는 여성이었습니다. 50을 막 넘겼다고 하니 저보다 몇 살 아래인 것 같습니다. 책이 출판되고 난 뒤 독자로부터 여러 번 편지를 받았습니다만, 이번 편지는 여느 것과 느낌이 달랐습니다. ▲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이 가져와 심은 한일여고의 팔도잔디 편지 중, ‘34년 전, 배움에 목말라 여기 경기도에서 마산한일여고로 달려갔었어요.’ 라는 한 줄의 글이 제 눈을 확 끌어 당겼습니다. 34년 전이면 1975년인데, 그 때는 저도 이 도시 마산에서 살고 있을 때였거든요. ‘……마산한일여고로 달려갔었어요.’ 라는 말이 .. 2009. 9. 15.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 마산의 9월 12일 9월 12일 아침 10시 반, ‘태풍 매미 희생자 6주기 추모제’가 신마산 서항부두 옆 태풍매미추모공원에서 열렸습니다. 마산시장을 대신한 부시장 외에 마산에서 내노라하는 기관단체장들이 참석하여 엄숙하게 거행되었습니다. 모두들 표정이 무거웠고 웃음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추모제단에 각계에서 보낸 조화가 늘어서있다 추모식장 곁에는 6년 전 태풍 매미가 몰고 온 참혹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시민들마다 혀를 차고 한숨을 지으며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던 6년 전 그날의 참상을 기억해내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 절망과 슬픔에 비통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03년에 발생한 모든 태풍을 통틀어 가장 강력했고, 상륙했을 때의 위력은 그 때까지의 모든 태풍 .. 2009. 9. 14.
"내 간에 약 열 개의 종양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마지막 강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헤어지는 ‘마지막 인사’를 다룬 책입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생을 선고받은 카네기멜론대학 교수 랜디 포시가 그의 동료교수와 학생들 앞에서 한 ‘마지막 강의’입니다. 그것은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자신의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이기도 합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줄로 믿고 있었던 한 남자가, 남은 인생이 고작 몇 달 밖에 없다는 현실 앞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그 기막힌 심경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자신이 강의하던 대학강단에서 ‘마지막 강의’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 재이가 반대합니다. 이 때 랜드 포시는 “내 아이들이 다 자란 후에 분명 한 번쯤은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2009. 9. 10.
마산의 해안선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마산 해안선의 변화는 마산의 도시역사이다. 마산의 해안은 마산항 개항(1899년)으로 마산만, 즉 해안선을 기준으로 시가지가 구성되어져왔다. 특정목적을 위한 해안의 매립에는 도시의 근간을 바꾸는 것. 그래서 앞으로도 마산은 개항이후의 지난 110년을 거울삼아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아야 함은 마땅하다. 얼마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경기해안에서 전남 땅끝마을에 이르는 서해안 지역에 대한 자연경관의 특성과 형성 및 변화과정을 연구한 결과 서해안선의 총 길이가 20세기 초에 비해 약 1,400km(약 40%)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산시의 해안선은 (=시가지의 변화)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이 변화에 대해 박형규(마산 건축사)의 연구(해방이후 마산시 도시공간구조의 변천과 변화요인에 관한 연구)에.. 2009. 9. 7.
24시간 만에 마산 제대로 보여주기 먼 곳에서 10여 명의 손님이 왔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현직 교수와 젊은 대학원생들이었는데 모두 마산이 초행이었다. 오후 3시 경 버스 편으로 양덕동 터미널에 도착한 이들의 마산 여행은 이 도시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멀게는 여몽연합군의 정동행성으로부터 조창과 개항, 식민지 시대를 거쳐 가깝게는 3·15의거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0년을 넘나드는 마산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저녁식사는 신마산 두월동에 나가 해결했다. ‘통술거리’라 명명된 두월동 거리는 개항 직후인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차지한 조계지에서 최고 번화가로 쿄마찌(京町)라 불렀던 곳. 거리의 내력을 안 여행자들은 자신들이 100년 전 조계지 한 가운데 앉았다는 것만으로 매우 즐거워했다. 통술집 특유의 신선한.. 2009. 9. 7.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도서관을 세우다 존 우드 / ‘히말라야 도서관’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히말라야 도서관』은 책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 「존 우드」는 네팔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3000개의 도서관을 짓고, 150만 권의 책을 기증한 자선사업가인데, 이 책은 그의 에세이입니다. 도서관을 짓고 책을 공급하기 전의 존 우드는, 세계적인 기업 마이크로 소프트의 촉망받는 임원이었습니다. 30대에 이미 마이크로 소프트 중국지사 서열 2위에 오른 성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저자의 인생이, 휴가 때 찾은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바뀌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곳 학교를 찾게 된 그는, 책도 변변히 없이 흙바닥에서 공부하고 있는 네팔의 청소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순간 존 우드는, 시설과 책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 2009.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