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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是非)는 가려야 『시비(是非)를 던지다』 제목이 좋았습니다. 양시(兩是), 양비(兩非)가 아니라, 옳고 그름(是非)을 따져본다는 의미의 제목이 좋았습니다. 저자는 한문학자 강명관 교수입니다. 젊었을 때는 민주화니 운동권이니 하며 한 가닥 했던 분인 듯했습니다. 서너 페이지가 한 꼭지로 된 조선시대생활풍속사를 엮은 책입니다. 글이 참 맛깔스러웠습니다. 조선시대의 이야기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삶과 연관시킨 점이 좋았습니다. 중앙의 지방 차별, 거짓과 허위, 허망한 권력, 모순된 착취구조, 왜곡된 역사 등 지금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난마들이 줄줄이 엮여 나옵니다. 머릿속에는 있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들을 낱낱이 밝혀낸 책이었습니다. ························.. 2009. 11. 28.
마산 청주 주조장의 마지막 모습: 장군동 주조장의 정체 ? -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가 1차 탐방시 장군동 양조장의 실체를 몰라서 답답해 하다가, 유대장님이 저에게 조사를 한번 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듣고 그냥 지나쳤었다. 그후 마산 역사사진을 정리하다가 혹시나 해서, 대조해보니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굴뚝과 건물의 지붕선을 보면 정확히 동일 건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빙고',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위 사진에서 모서리 가로수를 지우면 정확히 같은 각도에서 본 사진이 된다. ) - 이건물은 1925년에 청주양조면허를 얻어 마산부 통정(장군동)에서 창립한 千島園 주조장으로, 창업주는 遠勝豊吉, 명주 彌生의 생산량은 연간 500석 내외였다고 한다. (마산상공회의소 100년사) - 천도원 주조장은 옛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다가 삼광청주로 .. 2009. 11. 26.
250년 된 원마산(마산포) 골목길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 세 번째 참석 후의 글이다. 원마산(마산포)에 자연취락이 형성되면서 생긴 ‘길’에 대한 이야기다. 1760년, 마산창(馬山倉)이 설치된 후 마산이 도시 형태를 띠면서 도시공간의 성격도 형성되었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마산창 주변은 공공업무지구로, 현재 황금당 옆 골목길 주변은 상업지역으로, 동성동과 오동동 즉 코아양과점 뒤편 일대는 배후 주거지로 사용되었다. ‘·······사람이 다니면서 길이 생겼다’는 루쉰의 말처럼, 마산포에도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다니면서 ‘길’이 생겼다. 자연취락 특유의 좁고 꾸불꾸불한 ‘길’이었다. 지금도 생생히 남아있는 원마산의 좁은 골목길들은 멀게는 250년 가깝게는 200년이 족히 된 마산사람들의 ‘길’이다. 조선시대를 살았던 이곳 사람들이, 때.. 2009. 11. 25.
마산도시의 발원지 「마산창(馬山倉)」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에 참여, 세 번째 도시 탐방에 나섰다. 낯익은 사람, 낯선 사람 모두 30여 명이었다. 평안안과 건너 편 창동 입구에서 걷기 시작해 처음 머문 곳이 마산창, 시간은 250년 전 영조 때로 돌아가고 있었다. 조선시대 이전, 마산포는 고려시대 조창이었던 석두창과 고려 말 몽고군의 일본정벌 시도로 북적인 적도 했으나 조선시대 중기에는 조용한 포구였다. 마산포에 다시 사람이 모인 것은 대동미의 수납과 운반을 위한 조창, 즉 마산창(馬山倉) 때문이었다. 조용했던 포구에 조창이 생기자 정기시장이 섰고, 전국의 다양한 상품들이 몰려왔다. 조창과 관련있는 관원은 물론 각지의 상인들도 마산포를 찾았다. 그리고 이들과 마산포 인근주민들의 왕래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민가가 들어섰다. 동성·중성·.. 2009. 11. 23.
모지를 바라보며 마산을 생각하다 낡고 오래된 도시공간을 되살리거나 이미 죽었던 옛 도시의 영광을 부활시키는 도시재생프로그램은 현대도시설계의 중요한 장르가 되었다. 잿빛 벽돌의 폐허였던 화력발전소를 한해 관광객 400만 명이 찾게 만든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오래된 철도역을 재활용하여 ‘오르세’라는 이름의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파리. 설탕공장을 개조한 이탈리아 파르마의 ‘파가니니 음악당’. 모두 재생의 비전으로 되살린 현대도시 최고급 보석들이다. 기타큐슈의 모지항(門司港)도 그렇다. 재생에 성공하였다. 마산보다 10년 빠른 1889년 개항한 모지는 한 때 국제무역도시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던 도시다. 은행, 무역회사, 호텔, 대형점포 등 근대산업을 상징하는 대형건물들이 해안을 가득 메웠던 도시다. - 마산을 생각하며 모지.. 2009. 11. 20.
내 집 앞을 지켜라! 걷고 싶은 거리, 걷기 싫은 거리② 걷기를 방해하는 노상 장애물들 즐거운 걷기를 방해하는 요소 중 첫번째는 아마 자동차일 것이다. 주차된 차든, 움직이는 차든 보행자가 알아서 비켜가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것이 현실이다. 보행로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 보행자의 지위는 제일 아래이다. 자동차 못지 않게 걷기를 방해는 것은 길에 내어놓은 온갖 장애물 들이다. 영업을 위한 도구부터 자기차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기위한 가지각색의 구조물까지 종류만해도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장애물들은 보행안전상의 문제 뿐 만 아니라,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다. 엄염한 불법이지만 단속의 손길은 멀다. 문제점을 한번 파악해 보고자 '의식적으로' 마산 회원동과 석전동 일대를 걸.. 2009. 11. 18.
옛 마산세관의 발자취를 따라서 옛 마산세관의 발자취를 따라서 ● 사진과 지도를 통해서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유장근교수의 도시탐방대에서는 신마산의 조계지에 설치된 신작로를 따라서 유서 있는 건물들을 찾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현재 건물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건물사진과 지도를 통해서 시간속의 여행을 체험하는 색다른 의미가 있을것 같았다. 특히 조계지내에 설치된 세관은 개항과 함께 설치된 시설로서 그 위치가 변천하는 과정과 건축의 이력을 알아보는 것을 통해서, 땅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추어 보고자 한다. ● 남성동 해관업무개시 해관은 110년 전 구한말인 1899년 5월 1일 마산항이 개항장으로 발족됨과 동시에 마산해관지서로로 창설되었다.. 해관세무사는 조선말기 관세의 징수업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개항장에 창설하였던 해관의.. 2009. 11. 16.
MBC 일요광장 방송 2009. 11. 16.
걷고 싶은 거리, 걷기 싫은 거리① '디자인서울'을 표방한 수도 서울을 필두로 전국 지차체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가시적인 효과가 뚜렷한 가로경관의 개선사업을 앞 다투어 시행하고 있다. 개선은 좋지만 과잉디자인 경계해야. 가히 가로디자인의 '춘추전국시대'라 불릴만 하다. 하지만 지자체간 경쟁하듯 '예쁜성과물 내기'에만 집착하기에는 사업의 중요성이 너무나 크다. 새로 지은 건물은 맘에 안들더라도 주로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만 불편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거리는 시민 모두의 불편으로 다가온다. 로마의 거리가 지금도 남아있듯 최소한 100년은 내다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타임지가 선정한 '21세기 세계의 리더 100인'에 선정된적이 있는 도시계획 및 건축가 김진애씨도 인사동길을 설계하면서 '.. 2009. 11. 13.
창의적 도전 필요한 민선교육감 어제 오후,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학교운동장을 찾아보자’ 라는 제목의 작은 토론회에 참석했다. 네 시간이나 차를 타고 왔다는 두 분이 발제를 하고 세 분의 전문가가 토론자로 나섰다. 소박했지만 중요한 주제였다. 요즘 점점 확산되는 ‘학교운동장 인조잔디’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운동장 형식’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인조잔디' 이야기다. ‘인조잔디는 유해할 뿐 아니라 수명이 7-8년이라 앞으로 애물단지가 된다’는 게 핵심이었다. 파워블로거 마산YMCA 이윤기 부장이 쓴 글 http://www.ymca.pe.kr/385 http://www.ymca.pe.kr/389 두 개가 있으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음은 '학교운동장의 형식'. 발제는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김인호 교수가 맡았다. 건축가 시절, 학.. 2009. 11. 11.
‘마산’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마산' 지명의 기원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아직 정립된 주장은 없다. 지금까지 제기된 주장들을 모았다. 일본인 추방사랑(諏方史郞)은 1926년에 간행한『마산항지』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라고 전제하며 ‘임진왜란(1592-1598년) 이후, 각 지역에 전염병이 창궐하여 창원 소재 오산진(현 산호동 용마고 부근)에도 매일 시체가 산을 이루어 50구, 30구 혹은 20구의 시체가 동시에 묻히는 등 참혹한 상황이 되었다. 살아남은 이 지역의 고로(古老)들이 서로 상의하여 유명한 풍수사에게 그 연유와 대책을 묻자 오산(午山)의 오(午)자에 문제가 많아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오(午)자 대신 같은 의미인 마(馬)자를 사용하라고 하여 오산(午山)을 마산(馬山)이라 개명하게 되고 이때부터 마산이란 지명이 생겼.. 2009. 11. 9.
게으름의 미학 게으름이란? 여태껏 근면, 성실, 협동이라는 단어는 어릴 적부터 수도 없이 많이 들으면서 성장하였고, 게으르면 빌어먹는다는 말을 통해 나태함에 경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성장기인 육 칠십년대에는 절대 빈곤의 사회여건상 그렇지 않으면 딱 굶어죽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정서에는 근면이 지고지순한 도덕적 덕목으로 취급되고, 게으름은 거의 경멸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게으름으로 인한 폐해는 두말할 나위 없지만, 그러나 근면으로 인한 폐해는 무엇일까? 이러한 발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게으름의 미학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은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가치관 속에서 게으름은 경쟁.. 2009. 11. 6.
굵고 짧은 놈, 가늘지만 긴 놈 크고 잘생겨야 대접 받는 세상이라, 말로는 ‘작고 힘없다고 깔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내 무의식도 세상따라 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 크고 잘 생긴 놈이 허무하게 스러져갈 때, 작고 약한 놈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제 몸을 뽐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대문과 담장에 붙은 담장이넝쿨이야깁니다. 크게 잘 자란 넝쿨은 지난여름 짙은 녹색에 넓은 잎사귀 뽐내며 담장을 온통 제 것인 양 휘감았습니다. 볼만했습니다. 그 위세가 영원할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아이손바닥만한 초록잎사귀가 출렁거렸는데 그 광경에 지난여름이 다 시원했습니다. 담장을 온통 뒤덮은 넝쿨과 새파란 잎사귀는 마치 화려한 고급포장지로 싼 선물상자처럼 멋졌습니다. 바로 그 곁에 동전만한 잎사귀가 달린 가느다란 넝쿨 몇 줄기가 떨어질 .. 2009. 11. 4.
술과 꽃의 도시 《유장근교수의「도시탐방대」에 참여해, 한 때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마산의 술 공장과 벚꽃 휘날렸던 창원천을 둘러보니 일제기 ‘술과 꽃의 도시’로 명성이 높았던 ‘그 옛날 마산’이 생각나 이 글을 포스팅한다》 특정한 도시를 한두 가지 단어로 정확히 규정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도시건 그 도시 특유의 자연조건과 문화조건을 이용해 한마디로 규정하기도 한다. 부산하면 항구, 진해하면 벚꽃, 춘천하면 호수 등과 같은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경의 마산은 ‘술과 꽃의 도시’였다. - 술의 도시 마산 - 개항 직후인 1904년 최초로 아즈마(東)양조장이 설립된 이후 꾸준히 성장했던 마산의 양조산업은 1928년에 부산을 제치고 이윽고 국내 지역별 주조생산량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2009. 11. 2.
나무와 인간의 아슬아슬한 공생 도로나 건물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빈땅이 필요합니다. 원래 빈땅이 아니고는 많든 적든 수목들이 살고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지어지는 구조물을 위해 먼저 있던 수목들은 대부분 벌목되고 맙니다. 조경이나 건축을 공부할 때 기존의 수목은 가능한 보존하라고 배우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천연기념물급 수목이 아니고는 살아야 할 가치를 인간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인간의 편의에 의해 베어져 가구나 땔감 등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런와중에 최근 무섭게 불고있는 생태, 친환경 바람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나무들이 있어 소개해볼까 합니다. 창원안민고개의 벚나무들 입니다. 원래는 도로 바깥쪽에 편안하게 살고 있었으나, 보행데크가 생기면서 통째로 또는 가지일부가 베일뻔한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 2009. 10. 30.
특별시 서울의 특별한 녹지사업 ‘도시경관생태론’ 강의 때 대학원생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공무원이면서 도시학을 공부하는 김윤수(가명) 씨가 ‘특별시 서울의 특별한 녹지사업’을 소개했습니다. 도시경관에 관심이 많은 김윤수 씨는 서울시가 최근 세운상가 앞에 조성한 「서울 세운초록띠 사업」을 견학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다녀왔다면서 재미있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잘 나가는 서울시가 한 사업이라 기대를 잔뜩 안고 갔더니, 녹지사업이랍시고 도심화단에 벼와 수수를 심어 놓았더랍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사업에 관계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로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한말 해주었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나도 화단에 벼 심은 것 동의하지 않는다” 면서, “쌀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아는 게 요즘 아이들이라 교육적으로는.. 2009. 10. 28.
[동영상] KBS 아침마당 (2009년 10월 20일 방송분) "책 읽어주는 남편 허정도" 2009. 10. 27.
마지막황제 순종의 행차길 경남대 유장근 교수의 「마산도시 탐방대」에 참가하여 20여 일행들과 '진주가도'를 걸었다. '진주가도'는 근대기 이전에 진주와 창원을 잇는 큰길이었다. 현재의 소답동에 위치했던 창원도호부에서 마산포를 거쳐 자산리 완월리 신월리 월영리를 지나 밤밭 고개를 넘어 진동 양촌을 거쳐 진주로 가던 길이다. 롯데그룹 소유인 구 크리스탈 호텔 앞길인데 장군동 거쳐 중앙동 신월동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가장 좋은 도시는 ‘걷고 싶은 도시’라 했는데,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길 만큼 좋은 길은 아니었다. -마지막 황제 순종의 행차길- 100년 전인 1909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은 즉위 후 몇 차례에 걸쳐 지방 순행에 나섰다. 순종황제의 남부지방 순행은 1909년 1월 7일~13일까지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진.. 2009. 10. 26.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책은, 제주도가 낳은 소설가 현기영 선생이 자신의 유년기 성장과정을 기억해가며 쓴 글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유년으로 돌아가, 작가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도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때로는 배꼽을 쥐고 웃다가,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 속에 묻혀간 군상들의 삶을 처연히 엿볼 수도 있는 책입니다. 누구나 소설 한 권씩 쓰며 사는 게 인간 삶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성장기가 이토록 아프고 아름답고 다채로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낸 뒤, 글을 쓰는 내내 무척 설레었다고, 행복했다고, 잊었던 유년의 기억을 좇는 시간여행에서 인생을 다시 산 느낌이었다고 하면서,.. 2009. 10. 24.
아내와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습니다 대한민국 주부들이 가장 많이 본다고 알려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하였습니다. 살다보면 별일도 다 겪는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만 출연하고 자신은 방청석에 앉아 있는 줄만 알고 있던 아내는 서울 가는 KTX 안에서 둘이 함께 나란히 출연하는 걸 알고 걱정을 태산 같이 해댔습니다.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아내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게스트 석에는 나 혼자만 앉고 아내는 방청석에 있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출연 하루 전날 점심 때 쯤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와 나란히 앉아야 그림이 나온다고. 그 사실을 열차 안에서 알려주었던 겁니다. 서울에 도착해 방송국에서 예약해둔 호텔에 여장을 풀고 나니 밤 10반 쯤 되었습니다. 대본을 읽어보기 위해 객실에 있는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2009. 10. 21.
제안, <신(新) 7대 도시 마산> 마산을 염려하는 분들이 늘 하시는 말입니다. ‘한 때 전국 7대 도시였던 우리 마산이 이제는 경남 7대 도시가 될 판이다’ ‘전국 7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자’ 가슴 아픈 호소입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산을 고향으로 둔 내 마음도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마산뿐 아닙니다. 한 때 잘나갔던 도시라면 어디 할 것 없이 이런 식의 한탄 한마디는 다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목포시의회 부의장에게 들은 말인데, 목포 사람들은 지금도 ‘전국 6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자’ 한답니다. 전국 7대 도시 마산········. 어릴 때부터 많이도 들었던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인구가 전국에서 일곱 번째였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이 도시에 어떤 조건과 결과를 주었는지 깊이.. 2009. 10. 20.
책읽어주는 남편, KBS 아침마당 출연 의 저자이자 팀블로그 '허정도와 함께 하는 도시이야기' 대표 블로거인 허정도씨가 내일(20일) KBS1 TV 아침마당(오전 8시 30분) 에 출연합니다. 을 쓴 허정도씨는 건축가이자 경남도민일보 대표를 지낸 언론인, 그리고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을 지낸 시민운동가이이기도 합니다. 은 안부대상포진으로 외출도 못하고, 눈조차 제대로 뜨기 못하는 아내를 위하여 책을 읽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씌어진 책 입니다. 아픈 아내를 위하여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 읽기가 부부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해주고, 살아 온 날들을 되돌아 보는 유익한 시간이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한국의 남편들을 위하여 "일찍 퇴근하고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합니다." 책을 함께 읽으면 대화가 깊어지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 2009. 10. 19.
행정통합의 역발상 슬로시티를 아시나요? 최근 우리지역에서 행정통합이란 광풍이 불고 있다. 행정통합의 목적이 행정의 효율과 주민의 편익을 위한다는 목적아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한들 현재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교부세 지원 등 각종 금전적 혜택만 앞세우면서 주변 도시들 간에 이합집산 하는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는다. 양적인 통합에 의해 시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이 실제 주민의 편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줄지 꼼꼼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여기, 이러한 고민을 역발상으로 해결한 슬로시티라는 운동이 있다. 슬로시티는 오히려 도시의 규모를 제한하여 특화된 생산방식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운동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범지구적 운동이다.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소규모의 느린 발전 개념을 통.. 2009. 10. 17.
집에 일찍 들어가 아이와 함께 놉시다 과레스키의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이탈리아의 저술가 과레스키가 쓴 ‘까칠한 가족’이라는 재미있는 책 한권 소개하겠습니다. 저자인 과레스키의 가족을 모델로 쓴 연작소설입니다. 1954년에 출판되었으니 이미 반세기가 지난 글들입니다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과레스키는 사회에서 제법 잘나가는 작가이자 언론인이었지만 가족들에게는 직업도 없는 사람처럼 불쌍하게 취급당하는 아버지로 등장합니다. 이 시대의 보통 아버지 모습입니다. 아내는 현실감각이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전업주부이고, 아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소년이며, 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귀엽고 영리한 아이입니다. 이 네 가족이 펼치는 갈등과 화해와 진한 사랑을 예리하면서도 풋풋하게.. 2009. 10. 15.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마산 창신공고 건축과에서 우리를 가르친 선생님입니다. 2학년 1학기가 시작되던 1969년 봄에 우리 반 담임으로 부임하셨으니 선생님 만난 지 꼭 40년 되었습니다. 첫날 인사에서 선생님은, 마산이 고향이며 한양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공군 제대하고 학교로 왔다고, 잘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날 입었던 선생님의 차분하고 개성 있는 카키색 양복과 화려하게 붉었던 넥타이가 참 멋졌습니다. 옷 뿐 아니었습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서늘한 눈매, 약간 웨이브진 머리칼, 요즘 말로 얼짱이었습니다. 첫날 그 멋졌던 선생님의 모습은 그 후 오래 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장을 했다는 선생님은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흰색·붉은색·푸른색 분.. 2009. 10. 12.
산호동 효자각의 건축적 가치 산호동 효자각이 도심 골목속에서 발견되고 난 뒤 관심이 있는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방문 하였다. 비문의 해석과 비각건립에 얽힌 사람들 이야기는 경남대 유장근 교수와 팀 블로거 허정도 박사를 통해 앞에서 대략 정리를 하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효자각의 건축적 가치 판단을 통해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본다. 우선 '산호동 효자각'의 건축 양식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았다. 정려(旌閭)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많이 건립된 유교건축물이다. 정려를 받는 절차는 고을의 관청이나 대상자의 직계후손이나 고을 유림들이 중앙의 예조에 정려를 내려주기를 청하면 왕명에 의하여 명정을 받게 된다. 선조때 부터 고종 년간에 가장 많이 건립되었으며 일제강점기 때에 엄청나게 많은 정려가 건립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 2009. 10. 9.
고혜정의 <친정 엄마> 고혜정의 안녕하십니까? 허정도입니다. 오늘은 방송작가 고혜정의『친정엄마』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모녀간의 이야기입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난생 처음 집 떠난 후 새삼 느낀 어머니의 사랑, 세월이 흘러 자신이 어머니가 되어 어머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딸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난 책입니다. 모녀이기 때문에 느끼는 갈등과 불만, 모녀이기 때문에 생기는 조건 없는 사랑, 모녀이기 때문에 담아둔 비밀스러운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가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보따리 보따리 온갖 것들을 싸가지고 서울 딸네에 어머니가 올라왔을 때 딸은 별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왜 이렇게 많이 가져왔느냐고 짜증을 냅니다. 그 소리에 어머니는 서운했던지 한마디 합니다. “너.. 2009. 10. 8.
추석에 산호동 효자각을 찾아갔습니다 팀 블로거인 건축사 신삼호 씨의 권유에 따라 추석에 마산 산호동 용마산 기슭에 있는 효자각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역사학자 유장근 교수와 지역사에 밝은 박영주 선생이 동행했고 신삼호 건축사도 함께 했습니다. 2009/09/29 - [도시 이야기] - 추석엔 산호공원 옆 효자비 한 번 둘러보세요 자동차에 내리는 순간 우리 일행은 비각 처마를 받치고 있는 공포의 현란함에 놀랐습니다. 이미 신삼호 건축사의 글과 사진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는 감동과 놀라움에 전율했습니다. 이 작은 비각의 건축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분석은 신삼호 건축사에게 맡기고 저는 비각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 효자비의 주인공인 그 효자는?- 한문에 능통한 유장근 교수가 읽어 내린 비문과 각기(閣記)에 의하면, 이 효.. 2009. 10. 6.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공지영의 『도가니』〉 폭포처럼 글을 쏟아내고 있는 공지영의 소설입니다. 주인공 강인호는 남쪽 도시 무진(霧津)에 있는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교사로 취직됩니다. 그가 차를 몰고 무진시로 들어오는 첫날, 지독하게 깔려있는 안개를 만납니다. 소설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강인호가 자신의 승용차에 간단한 이삿짐을 싣고 서울을 출발할 무렵 무진시(霧津市)에는 해무(海霧)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흰 짐승이 바다로부터 솟아올라 축축하고 미세한 털로 뒤덮인 발을 성큼성큼 내딛듯 안개는 그렇게 육지로 진군해왔다. 안개의 품에 빨려 들어간 사물들은 이미 패색을 감지한 병사들처럼 미세한 수증기 알갱이에 윤곽을 내어주며 스스로를 흐리멍덩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 첫 문장에서 소설의 분위기가 예고되었습니다. .. 2009. 10. 2.
추석엔 산호공원 옆 효자비 한 번 둘러보세요 골목 효자비에서 발견한 건축적 장식의 화려함 얼마 전 산호공원에 산책 갔다가 내려오면서 우연히 건물 틈 사이로 기와지붕 용마루가 눈에 띄었다. 골목에 면하여 귀퉁이만 조금 보였다. “도심 속에 웬 한옥이 있지 ?”하고 내려가 보았다. ▲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일주대문 정면에 일주문이 위용을 갖추고 서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솟을대문에 붙혀져 비각이 있는데 그 건축적 디테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내부에 들어가서 비문을 읽어보니 효자비를 보호하기 위한 정려각 임을 알게 되었다. 정려란 나라에서 충신·효자·열녀를 칭찬하여 그들이 살던 마을의 입구에 세우던 문이나 비로서 이 동네에서 유명한 효자를 기리는 비각이었다. 보통 시골의 마을 어귀에 신도비나 효자, 열녀비가 서있는 경우는 많이 보았는지라, 도심 속에 효.. 2009. 10. 1.